혈맹도 믿지 못한다는 국방부 장관 [기자수첩-정치]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10.28 05:00  수정 2026.10.2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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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국감서 "미군 믿을 수 있나" 발언 논란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10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북한과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런 미군은 믿을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은 겁니다."


지난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종합감사에 출석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강 장관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서두르는 정부를 향해 비판하자 반론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강 장관이 표현한 "그런 미군"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미군을 신뢰할 수 있냐는 취지로 읽힌다.


'미군을 신뢰할 수 없다'는 강 장관의 발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강 장관의 발언이 미군의 군사적 역량을 믿지 못한다는 건지, 아니면 미군의 속내를 믿지 못한다는 건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수가 없다.


하나씩 따져봤다. 국방비로만 1000조 원을 쓴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천조국'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가 입이 닳도록 자랑하는 '한국 군사력 세계 5위'는 민간 군사력 통계 사이트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에서 순위를 매겼다. GFP에서 '부동의 1위'는 당연 미국이다. 여전히 공중전에서 적수가 없다는 F-22 '랩터'를 비롯해 전장에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전략폭격기, 해양을 평정하는 핵추진잠수함, 강 장관이 칭찬해 마지 않았던 미군의 앱솔루트 리졸브 작전(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등 군사력에서 무엇하나 뒤쳐지지 않는다. 이런 그런 미국의 군사력을 믿지 못한다는 강 장관의 발언은 선뜻 와닿지 않는다.


미국의 속내를 의심하는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대한민국과 미국은 피로 맺어진 혈맹다.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도운 63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군인을 파병했다. 무려 178만9000명. 당시 유엔군 파병 인원 198만8400명 가운데 절대 다수가 미군이다. 한국전쟁으로 순직한 미군은 3만6492명다. 국방부 장관이 이를 모를리 없다고 생각한다. 전장을 넘나들며 생사를 함께 한 미군에게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


강 장관의 발언처럼 북한과의 전쟁 발발 시 동맹군인 미군조차 믿지 못한다면 우린 누굴 믿을 수 있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과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이란전쟁 역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나뉘어 있다. 강 장관 역시 "미국조차 혼자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우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북한과의 전면전에서 함께 싸워줄 아군에게 동맹국 국방장관이 '속내를 믿지 못한다'고 발언할 리가 없다. 그것도 한미연합군부사령관을 역임한 강 장관이 말이다.


동맹은 신뢰가 기반이다. 한미동맹은 올해가 73주년이다. 수십년 동안 관계를 맺어오면서 신뢰를 쌓았다는 의미다. 취임한지 두 달가량된 국방장관의 입에서 그런 신뢰에 균열이 이는 발언이 나왔다. 신중치 못한 처사를 넘어 국군의 기반이 흔들리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국방장관이다. 자랑스러운 군복을 벗은지 불과 1년여 밖에 안됐다. 장관에 취임한지는 한 달가량 됐다. 벌써 정치인이 다 된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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