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AI 답변 근거로 공소·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 반박
'대통령은 5개 재판 피의자' 반영하니 "수사기관 독립성 훼손" 답변
프롬프트에 따라 달라지는 AI 답변, 논쟁의 근거 될 수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공소청장과 중대범죄수사청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인공지능(AI)을 동원해 반박에 나섰습니다. 21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니 정부조직법 제11조를 부정하는 공소청장,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고 올린 겁니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제11조 1항이 명시하듯, 대통령은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할 헌법적 책무와 법적 권한을 가진다. 검찰 개편으로 설치되는 공소청과 중수청 역시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행정부 소속 중앙행정기관”이라며 대통령이 지휘·감독하더라도 공식 회의인 국무회의에 참석시키지 말라는 주장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I대전환 시대에 대한민국을 이끌며 AI 산업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육성에 나선 대통령답게 AI 활용에도 익숙한 모습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다만, AI가 사용자의 의견에 지나치게 동조하며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내놓는 ‘아첨(Sycophancy)’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다는 걸 간과한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 본인도 AI를 자주 사용해 봤다면 아시겠지만, AI가 내놓는 답변은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 즉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그동안 누적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성향까지 반영합니다.
이 대통령이 공소청장과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과 관련해 제미나이에게 어떻게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엑스에 올린 내용을 보면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과 이 사안이 논란이 되는 배경을 제대로 언급했는지 의문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이 사안을 문제 삼는 건, 이 대통령이 5개 재판을 받는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입니다. 공소와 수사를 지휘하는 최종 권한을 지닌 두 명의 청장이 국무회의에서 인사권자인 대통령과의 위력 관계를 체감하며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공소청과 중수청이 제대로 기능하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미나이에게 그 부분을 반영해 다시 물어봤습니다. 제가 입력한 프롬프트는 이렇습니다.
형사재판 피고인인 대통령이 불소추특권 및 재판 중단 상태에서 수사·기소 기관장(공소청장·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켜 소관 사무를 보고받고 논의하도록 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예상대로 이 대통령이 엑스에 올린 답변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법치주의, 헌법상 이해충돌 방지, 수사 및 사법의 중립성 측면에서 다각도의 심각한 법적·정치적 쟁점을 발생시킨다’는 것입니다.
제미나이는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으로 임기 중 재판이 일시 중단된 상태일 뿐, 피고인 신분 자체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면서 ‘자신을 조사했거나 향후 재판 재개 시 공소유지를 담당할 기관장들을 국무회의라는 최고 국정 심의기구에 참석시켜 국정 방침을 공유받고 보고를 받는 것은 피고인이 자신의 사건을 다루는 기관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수사기관장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국정 방향 및 지침을 들으며 질의응답을 나누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수사 및 공소유지 기관의 독립적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된다는 지적도 내놨습니다.
제미나이에 피고인 대통령의 수사기관장 국무회의 참석 시 문제점에 대해 물어본 결과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답변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니 친절하게 인포그래픽도 만들어준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수사권 행사의 방향’, ‘인권 보호’, ‘과잉 수사 자제’ 등 일반적인 정책적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피고인 신분인 대통령의 지시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장들에게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이나 간접적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인사권자이자 피고인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공소청과 중수청의 자율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합니다.
헌법상 불소추특권 제도의 취지를 오·남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불소추특권으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를 이용해, 재판 재개 시 자신과 법정에서 맞서야 할 수사·공소 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켜 영향력 아래 둔다는 점에서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수사 기관을 통제하는 듯한 구도가 형성되면,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이 흔들리고 국정 및 사법 시스템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합니다.
종합하자면, 정부 측에서는 “정부조직법과 헌법상 국정 방향 공유 및 책임정치를 위한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피고인 신분의 대통령이 불소추특권으로 재판을 중단시킨 상태에서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동석시키는 것은 사법의 중립성, 이해충돌 방지 원칙, 외관상 공정성을 심각하게 위배해 수사기관의 독립성 훼손 및 권력 남용 논란을 필연적으로 야기하게 된다는 게 제미나이의 의견입니다.
물론 이 답변이 전적으로 옳다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대통령이 쓰는 제미나이는 이 대통령에게 아부하고 제가 쓰는 제미나이는 저에게 아부합니다. 저는 프롬프트를 공개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객관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자신할 순 없습니다.
청와대의 고급 인력이나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공들여 프롬프트를 만든다면 제미나이로부터 공소청장, 중수청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키는 게 당연하다는 더 탄탄한 논리를 갖춘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겠죠.
그래서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논쟁에는 AI의 답변을 근거로 제시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국가적 중대사안을 수시로 결정해야 할 대통령이란 분이 어떤 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AI에 물어보니 그래야 한다더라”고 한다면 누가 대통령을 신뢰 하겠습니까.
AI는 똑똑하고 친절하지만, 아첨꾼이기도 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주위 사람의 아첨을 경계해야 하듯 AI의 아첨도 경계해야 합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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