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백엔 엄중 기류…공식 대응은 자제
재제청 당사자 靑, '재판 프레임' 부담 작용
혁신당 소추안 공개 속 민주당 행보가 변수
30일 비서실 국감 앞두고 로우키 기조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범여권에서 번지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론에 대해 별도 언급 없이 '통합'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청와대가 사법부와의 정면충돌로 비칠 수 있는 탄핵론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지만, 탄핵론에 힘을 싣는 순간 대통령 재판 문제와 엮일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단과 1시간30여분간 티타임을 갖고 인사·외교·경제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질문에 답했지만, 조 대법원장이나 탄핵론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제일 큰일은 통합"이라며 "어느 한쪽을 대표해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거기에만 집중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점령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공동체든 대표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구성원 간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고 함께 잘 가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이긴 쪽이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통합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서도 야당의 반대 속에 일방 처리까지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밝히는 등 이날 발언 곳곳에서 갈등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안팎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법관 인선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는 분위기지만, 민주당 차원의 탄핵소추안 발의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아직 없는 만큼 현재로선 공식 대응 없이 로우키로 상황을 지켜보자는 기류가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후임 대법관 재제청을 요청한 당사자가 청와대라는 점에서, 탄핵론에 동조할 경우 대법관 공백 문제가 이 대통령 관련 재판 문제로 치환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 야권이 제기해온 '사법부 압박' 프레임을 오히려 키우고, 대법관 공백이라는 문제 제기의 정당성마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지지율 흐름 속에서 사법부와의 갈등 전선을 넓히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개혁 과정의 갈등에 대해 "제일 큰 원인은 나"라며 "무언가를 잃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과 공감, 위로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개혁 과제 추진 과정의 반발을 스스로 짚은 상황에서 사법부와의 충돌까지 전면화될 경우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관측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탄핵론을 고리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청와대는 통합 메시지로 거리를 두는 '투트랙'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당이 공세의 전면에 서고 대통령은 갈등 조정자의 위치를 지키면서 국정 운영의 안정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는 것이다.
한편 범여권의 탄핵 공세 수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국회에서 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더 이상 조 대법원장의 위헌, 위법, 탈법, 정치질을 한 치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혁신당을 포함한 민주진보진영, 그리고 민주당의 공동 행동을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민주당 역시 탄핵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이미 탄핵의 ㅌ자에 대해선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모든 방법과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의 이 같은 기조가 국정감사 후반전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21일부터 상임위별 종합감사가 시작되고 오는 30일에는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감이 예정돼 있어, 민주당이 혁신당의 요구에 호응해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설 경우 청와대도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잇단 고위 공직자 낙마의 배후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목하며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론까지 국감 쟁점으로 번질 경우 임광현 비서실장 체제가 출범 직후부터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론을 이 대통령 재판 재개를 막기 위한 시도로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의회 쿠데타이자 진짜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를 막기 위해 대법원장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것"이라며 "결국 탄핵이 아니라 대법원장 직무 정지가 진짜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 탄핵이든 공소취소든 한번 밀어붙여 보라"고 했다.
장 대표는 혁신당의 탄핵소추안 공개 이후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고 탄핵을 밀어붙여 보라. 두 손 잡고 나란히 나락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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