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시·도지사 16명 뭉쳤다…'교부세 축소' 반발

대구 = 김상현 기자 (scoop@dailian.co.kr)

입력 2026.10.18 16:57  수정 2026.10.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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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교부세법 산정방식 유지 요구

여당 소속 단체장들까지 한목소리

핵심 쟁점은 돈의 규모 아닌 결정권

"지방정부도 기금 결정 주체 돼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소속 시·도지사들이 16일 제주 더 시에나 프리모 호텔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 시·도지사 16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조성 방식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기금 몫을 내국세에서 먼저 덜어내면 내국세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지방교부세가 줄어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도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박찬대 인천시장)는 16일 제주에서 간담회를 갖고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뒤 18일 '미래대응기금 도입에 따른 지방재정 안정 및 재정분권 추진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현행 지방교부세법에 따른 산정방식을 유지하라는 게 요지다.


"투자 취지엔 동의…문제는 재원 구조"


시·도지사들이 기금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선제적 투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청년과 미래산업, 지역균형발전, 교육·인재 분야에 안정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기금의 취지는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핵심은 재원 구조에 있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일정 비율만큼 지방에 배분된다. 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먼저 빼면 교부율을 그대로 두더라도 산정의 바탕이 되는 금액이 작아진다. 건의문도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더라도 내국세 규모가 줄어들면 지방에 배분되는 실질적인 재원은 감소하게 된다"고 짚었다.


간담회에서는 교부세 감소와 지방재정 자율성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방재정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기금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재정 형편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방자치 떠받치는 교부세


시·도지사들이 교부세 문제로 뭉친 것은 이 재원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교부세는 쓰임새가 미리 정해지지 않은 일반재원이다. 복지·돌봄·재난안전처럼 주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 행정서비스의 밑바탕이 된다.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춰 사용처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재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지방교부세는 단순한 이전재원이 아니다"라며 "이를 중앙정부가 용도와 사업을 결정하는 기금으로 전환할 경우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예측가능성이 약화되고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지방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행 지방교부세법에 따른 산정방식 유지와 함께 '범정부 재정분권 TF'의 재가동을 요구했다. 지방교부세율과 지방세 비중 인상, 국가사업의 국비 부담률 상향 등 실질적인 지방재정 확충 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또 시·도지사들은 기금의 사업 발굴과 배분·운용 단계에서도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결정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박찬대 시장은 "미래대응기금이 지역의 성장과 주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재원이 되어야 한다"며 "기금 도입과 운용 과정에서 지방재정이 위축되지 않도록 재원과 배분 기준을 면밀히 살피고, 지방정부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계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소속 단체장도 가세…공은 국회로


건의문에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도 빠짐없이 서명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기금에 여당 소속 단체장들까지 합세해 제동을 건 모양새다. 지방재정 문제에서만큼은 당적보다 지역의 이해가 앞선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줄어드는 교부세를 기금의 지방계정 등으로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논쟁의 초점이 지원 총액보다 재원의 결정권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같은 금액이 지방에 내려가더라도 지자체가 재량껏 쓰는 일반재원인지,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하는 기금인지에 따라 지역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달라진다. 자체 세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수도권 지자체일수록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협의회는 이날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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