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붕괴 사고 현장 뒤로한 李대통령의 골프
과거의 잣대 스스로에게 들이대지 못하는 靑
책임·성찰 없는 정치적 공방, 국민 납득 못 시켜
11일 오전 대구 북구 관음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천장 마감재 붕괴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사실을 두고 정치권에서 연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일가가 골프장에 머무르던 당시, 대구 북구의 한 상가건물에서 천장 마감재가 붕괴되어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련 제보를 받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대통령은 골프장 현장에서 대구 사고를 보고받았다", "신속하고 안전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도록 관계기관에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해명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통령도 휴일에 골프 칠 수 있다. 그것까지 뭐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는 시선이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골프를 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정치적 공방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휴일 골프를 문제 삼지 말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하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골프를 '황제골프'라고 비판했던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이 재소환되며, '그때는 문제였고 지금은 괜찮으냐. 대통령이 대구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를 알고도 골프장에 계속 있었던 것은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다'라는 시선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골프를 두고, "제정신 박힌 대통령이라면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 이때 골프장 대신 민생 현장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외교 골프 연습'이라는 변명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정상 간의 골프 외교가 연습까지 필요한 문제냐"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어땠을까. 청와대의 설명은 골프장에서도 사고를 보고받고 수습을 지시했으므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외교를 염두에 둔 대미외교 준비 차원이라며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휴일에 골프를 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 이번 논란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일정과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가 전산망 마비를 불렀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전산망 복구가 진행되던 때에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녹화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월에도 해군 장병이 실종되어 수색이 진행되던 당일 이재명 대통령이 태릉CC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그 당시 대통령의 일정과 판단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이 반복되고 있는 점은 같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고 수습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 이후 대통령은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고, 자신의 일정을 어떻게 조정했는가? 주진우 의원에 따르면, 10월 10일 오전 대통령 경호 차량 행렬은 태릉CC로 향했고, 오후 4시 49분쯤 태릉CC를 나왔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오전에 수십 명의 국민이 다쳤다는 보고를 받은 뒤에도 오후 늦게까지 골프장에 머물렀던 판단이 과연 적절했는지' 묻는 것이 대통령의 휴식을 부정하는 일인가. 대통령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과 사고 이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함께 따져볼 수 있는 문제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대통령도 자신의 판단을 돌아봐야 한다. 그때마다 정치적 공방이라며 유감을 표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 과거 다른 대통령에게는 민생 현장을 찾으라며 엄격하게 책임을 물었던 이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신이 요구했던 기준을 지금의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나라와 국민의 안전이 위태로울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판단하고, 그 판단에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또 하나의 정치 공방으로 넘기기 전에,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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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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