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표결 불참 속 찬성 12표로 이진숙 제척…오후 5시35분 현안 질의 재개
여야, 증인 불러놓고 정회 반복
국민의힘이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이진숙 의원의 제척에 항의하며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오전 10시에 국정감사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현안을 다루기 시작한 건 오후 5시 35분부터였다. 이때까지 여야 의원들이 한 일은 '이진숙 내쫓기' 공방이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감사 참여 자격을 둘러싼 공방으로 얼룩졌다. 여야는 개회 직후부터 오후까지 약 6시간 동안 이 의원의 이해충돌과 제척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오전 오간 질의 몇 개를 제외하면 방송·플랫폼 주요 현안에 대한 감사는 뒷전이었다.
국회 과방위는12일 오후 이 의원의 제척 안건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찬성 12표, 반대 0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 의원이 퇴장한 뒤 다시 정회를 거쳐 현안 질의가 본격적으로 재개된 시각은 오후 5시35분이었다.
與 '패륜 정치' 공세에 野 KBS 보도 외압 맞불
오전에는 이 의원의 이재명 대통령 부모 묘소 방문과 전직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의 이해충돌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이 지난 10일 경북 봉화군의 묘소를 찾아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패륜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파묘 정치가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정치냐"고 따졌고, 황정아 의원도 "선친의 묘소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의원은 묘소 앞에서 절하는 자신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대통령이 왕인가. 국민을 대신해 질문도 못 하느냐"고 맞섰다. 발언 도중 다른 의원이 끼어들자 "입 다무세요"라고 말하는 등 고성도 오갔다.
국민의힘은 여당 간사인 한준호 의원실의 'KBS 보도 외압'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김장겸 의원은 KBS에 항의 전화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통상적인 소통이라고 해명한다며 "한 의원 역시 국감 질의자로 적절한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의원은 기사 수정·삭제나 후속 보도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비난과 억측만 하지 말고 실제로 고발하라"고 반박했다.
오후까지 이어진 제척 공방에 현안 감사만 지연
오후에도 공방의 중심은 이 의원이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이 방통위원장 재임 당시 결정한 사안을 감사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며 제척을 요구했다. 당시 정원 5명인 방통위가 위원 2명만으로 방송사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한 과정과 적법성이 감사 대상인 만큼, 당사자가 감사위원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주희 민주당 의원은 "적어도 방미통위 관련 사안에서는 제척이 필요하다"며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김현 의원도 이 의원이 감사위원으로 참여하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현 의원 역시 방통위 상임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낸 뒤 과방위에서 활동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탄핵에 따른 직무정지로 자신의 실제 근무 기간은 3~4개월에 불과했다며, 본인이 결정한 사안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전에는 과방위 활동 자체가 포괄적으로 이해충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던 송기헌 위원장은 오후 들어 방통위원장 재직 당시 업무를 다루는 감사 참여 문제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척안을 의사일정에 추가하는 표결은 찬성 12표, 반대 5표로 가결됐다.
이후 국민의힘이 제척안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무기명 투표로 제척이 결정되자 이 의원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국감 권한을 박탈했다"고 반발했다. 자신이 대통령 부모 묘소의 위법 조성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정치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감사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이 의원 제척안을 두고 충돌하는 사이 주요 현안 감사는 지연됐다. 이날 회의는 점심시간과 제척안 의사일정 추가 의결 이후, 제척 가결 이후까지 총 세 차례 정회했다. 방송·플랫폼 현안을 설명할 증인과 참고인들을 불러놓고도 의원의 감사 참여 여부에 장시간을 쓴 것이다.
이날 현안 질의에서는 디지털 서비스의 청소년 보호와 개인정보 유출 대응 문제가 다뤄졌다. 이정헌 의원은 국내 숏폼 드라마 매출 상위 사업자인 드라마박스와 드라마웨이브가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조사 방식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조사 방식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고광헌 방미심위원장은 숏폼 콘텐츠 집중 모니터링을 약속했다.
이주희 의원은 동반자형 AI 챗봇의 청소년 과몰입과 유해 대화 문제를 제기했다. 연령 확인과 보호자 동의, 위험 대화 감지 시 상담기관 연결 등을 주문했고, 김 위원장은 관계부처 협의를 통한 법·제도 보완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온라인 이용자를 식별하는 연계정보(CI)가 유출돼도 피해자가 이를 바꾸거나 이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짚었다. CI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대체 절차와 갱신 요구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김 위원장은 법제 개선 과정에서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YTN 민영화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과 당시 관계자들의 책임, 구글 앱마켓 거래조건과 유튜브 구독료, 텔레그램의 불법정보 대응, KT의 통일TV 송출 중단·보상 등 확인해야 할 현안이 산적했다. 여야 모두 감사의 공정성을 내세웠지만, 정작 피감기관과 사업자들의 책임을 따질 시간을 공방과 정회로 소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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