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풀어야 할 대통령, SNS서 공방 키워서야[기자수첩-정치]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6.10.13 06:30  수정 2026.10.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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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설명 넘어 공개 설전…여권 갈등 한복판에 선 대통령

참모의 조정 역할 제약하고 외교 협상 여지 좁힐 우려

국가원수의 말, 갈등 수습할 책임까지 헤아려야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여권 내부의 갈등을 정리하려던 대통령이 갈등의 한 축이 됐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최근 공방을 보면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거듭 입장을 밝혔지만 논쟁은 가라앉지 않았다. 후보자의 적격성을 둘러싼 이견은 대통령과 여권 강경파가 공개적으로 맞서는 대립으로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초 김 후보자의 경력을 들어 '친윤 검사'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발이 이어지면서 발언은 점차 거칠어졌다. 지난 9일에는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했다. 인선에 대한 설명에 반대 세력을 향한 경고까지 더해졌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방어하고 부당한 비판에 반박할 필요는 있다. 여권의 선명성 경쟁을 그대로 두는 것 역시 책임 있는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 다만 직접 나선 뒤 갈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의 경고에도 반발이 계속되고, 다시 대통령이 대응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는 공방을 끝내기 어렵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상대의 다음 반박을 부르는 상황이라면 개입의 효과를 따져볼 때다.


특히 자리 욕심과 사심까지 거론되면서 논쟁은 인선의 타당성을 넘어섰다. 누가 무엇을 요구했는지,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를 두고 해석이 쏟아진다. 후보자 검증을 놓고 다투던 문제가 대통령과의 관계, 여권 내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으로 번질 여지가 커진 것이다. 갈등을 정리하기 위해 꺼낸 말이 새로운 정쟁의 소재가 됐다.


이런 구도가 굳어지면 해법을 찾기도 더 어려워진다. 반대하는 쪽이 물러서면 대통령의 질책을 받아들인 모양새가 되고, 인선이나 정책을 조정하면 대통령이 반발에 밀렸다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사안의 옳고 그름을 따져 접점을 찾기보다 어느 쪽이 굴복했는지가 부각된다. 대통령이 직접 공방에 나설 때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비용이다.


당 지도부와 참모진의 조정 역할도 그만큼 제약받는다. 서로의 입장을 듣고 절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강한 입장을 밝힌 뒤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뜻과 다른 제안으로 비칠 부담 때문이다. 참모들이 갈등을 풀 방안을 찾기보다 이미 나온 대통령 발언을 설명하고 방어하는 데 집중하게 될 수 있다.


외교에서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협상의 여지를 좁힐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합의 위반에 항의할 필요는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요구하면서 사과 없이 갈등을 끝내는 것은 대통령의 후퇴로 비칠 수 있다. 상대국도 압박에 굴복한다는 부담 때문에 입장을 고수하면 타협은 더 어려워진다. 공개 압박에 나설 때는 갈등을 풀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지위의 무게는 갈등을 수습할 책임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책임과 함께,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과도 국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과 가까이 소통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직접 소통이 거듭되는 공개 공방으로 이어진다면 방식도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선명해질수록 대립까지 깊어진다면 국정 운영에는 부담이다. 갈등을 풀어야 할 대통령의 SNS가 다음 공방을 예고하는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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