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로 부각되는 '조희대 대망론'
尹 전철 언급해 '정치행보' 프레임 전략
국민의힘 일부선 대선 가능성 '갸우뚱'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사태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여당에선 대선 행보라는 언급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로 부상한 서사와 비슷한 탓에 제기되는 주장이지만, 국민의힘에선 현실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 도전 의지와 무관하게 '사법부 수장'으로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3일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만큼, 여야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을 거부하면서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등판한 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이 협의를 하지 않아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정부·여당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범여권에선 '대법원장 탄핵' 필요성까지 나올 정도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직접 준비한 원고를 꺼내 '대법관 재제청'의 위헌성을 언급했다. 헌법상 국회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한 것은 위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헌법 제104조 2항(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에 대해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해석한 것을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법관 재제청 사태는 행정부와 사법부 수장 간 충돌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에선 조 대법원장이 대선을 의식해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조 대법원장은 지난 21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장본인이라는 점도 여권의 의심을 키웠다.
대표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사례가 거론되는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칼끝을 대면서 반문(반문재인)의 상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 역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워 '반명'(반이재명)의 대표 주자 반열에 올라선 만큼, 여당은 윤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에 착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 내 일부의 생각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오히려 여당이 조 대법원장의 대선을 언급하는 것이 의도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전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조 대법원장의 헌법 수호 의지를 '정치적'으로 평가절하해 민심의 반발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이 정부·여당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사퇴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버텨야 사법부의 독립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정치는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닌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해야 하는 만큼, (대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선 조 대법원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거듭날 가능성은 여러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대 대선까지 3년 넘게 남은 만큼 향후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미지수지만, 우선 보수 진영에 존재하는 여러 잠룡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이 이미 구축한 세력을 정치 신인이 인지도만 가지고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 신인인 윤 전 대통령의 사례가 있지만, 조직 문화가 강한 검찰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원의 문화가 다른 점이 세력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과 판사 출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엇갈린 정치 행보가 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리더십을 가지고 검사들을 끌고 간 경험을 한 윤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 와서도 세력화할 수 있었지만, 반면 최 전 원장은 실패했다는 점이 조직 문화가 검사와 판사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조 대법원장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출마한다면 최 전 원장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부에선 조 대법원장이 정치가 아닌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행보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보수 진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조 대법원장을 포함해 사법부를 계속 흔들 경우, 이 대통령 재판 재개라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조 대법원장을 계속 흔드는 것을 다른 정의로운 판사가 지켜보다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이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지지율이 더 낮아지게 된다면 사법부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계속 지켜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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