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220조 ‘비전’ 띄웠다…“성장 정체, 정책 프레임 바꿔야”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9.15 13:45  수정 2026.09.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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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투입보다 정책 설계 전환”…세제·금융·법제 개편 등 6대 공통과제 제시

ⓒK-콘텐츠산업협의회

K-콘텐츠산업협의회가 2030년까지 콘텐츠산업 매출 220조원, 수출 27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세제·금융·법제 전환을 포함한 정책 개편에 나선다.


K-콘텐츠산업협의회는 15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재정 위원장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후원으로 'K-컬처 400조·K-콘텐츠 220조 비전선포식'을 열고, 2030년까지 콘텐츠산업 매출을 22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공식 선포했다.


게임·영화·드라마·음악·웹툰·출판·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전 장르의 협·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산업 전체의 목표를 함께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회는 이날 오전 창립총회를 열어 회칙을 제정하고 공동대표 3인을 선출함으로써 2025년 5월 발족 이후 이어 온 임의 협의체를 공식 협의체로 출범시켰다.


2030년 매출 220조·수출 270억 달러…수출 증가율, 매출의 2배 설계

'K-콘텐츠 220조 2030 비전보고서'는 2030년 목표로 매출 220조원, 수출 270억 달러, 종사자 75만명, 기업 14만6000개를 담고 있다.


종사자는 2025년 69만3000명에서 75만명으로, 기업은 12만1000개에서 14만60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25년 매출 161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6.4% 성장해야 도달하는 수치로, 수출은 연평균 12.6%로 매출 증가율의 두 배를 설정해 성장의 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이 목표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K-컬처 400조'의 55%에 해당한다. 협의회는 “콘텐츠는 K-컬처의 핵심 동력이며, 콘텐츠산업의 성장 없이 K-컬처의 성장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목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가승인통계를 기준으로 매년 상반기 전년도 실적을 점검해 'K-콘텐츠 220조 이행 점검 보고서'를 협의회 명의로 공표할 예정이다.


“예산 매년 10% 늘려도 목표 미달”… 정책 설계의 전환 요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진 정책연구센터장이 지난 6월, 국회에서 발표한 중장기 전망모형에 따르면 현 수준의 정책·예산이 유지될 경우 2030년 매출은 205조9000억원에 그쳐 목표와 13조3000억원의 격차가 생긴다.


예산을 매년 10%씩 증액하는 공격적 가정에서도 215조3000억원으로 3조9000억원이 부족하다. 수출 격차는 더 커서 예산 10% 증액 시 270억 달러 목표에 78억 달러가 모자란다.


이날 비전을 발제한 김승욱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담당전무는 “매년 10%씩 늘려도 못 간다는 것은 재정 투입 확대만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격차를 메우는 것은 재정·세제·금융·법제가 결합된 정책 조합의 설계”라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해법은 지금 하는 사업의 확대가 아니라 프레임의 전환”이라며 “목표는 산업계가 제시했지만, 목표 달성 조건은 정부와 국회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 조건이 갖춰지면 220조원은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된다”고 말했다.


협의회가 제시한 6대 공통과제에는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전면 확대, 정책금융 확충, 유연근로제 개선, AI 전환 및 저작권 체계 구축, 콘텐츠 수요 진작, 통합 거버넌스 및 수출지원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우선 영상·웹툰에 한정된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게임·음악·출판 등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한다. 장르별 전문계정을 신설하고 단계별 자금 사다리를 구축하는 등 모태펀드 고도화를 통한 정책금융 확충도 추진한다.


콘텐츠산업의 프로젝트 기반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하고, AI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저작권 프레임워크도 마련한다. 특히 학습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AI 기반 제작 도구 활용을 지원한다.


콘텐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문화바우처 예산을 2700억원에서 1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대통령 직속 K-콘텐츠위원회와 수출전략센터를 설치해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전략적 수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제작비 세액공제는 협의회가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12개국 이상이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제작에 25~40% 수준의 세액공제를 시행하는 반면, 한국은 공제 대상이 영상콘텐츠와 웹툰에 한정돼 수출의 57.7%를 담당하는 게임과 수출 성장률 1위인 음악이 모두 빠져 있다.


김승욱 전무는 “경쟁국이 지원을 강화하는 동안, 음악도 출판도 게임도 지원 대상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위원장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을 만들어낼 산업 기반”

이재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서로 다른 현장에서 성장해 온 콘텐츠산업 11개 협·단체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콘텐츠산업 전체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그 성장을 실제로 만들어낼 산업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브라운관과 아케이드 게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AI와 OTT,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기는 어렵다”며 “변화한 환경에서 실효성을 잃었거나 새로운 시도를 불필요하게 가로막는 제도는 없는지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 차관 “내년 예산 22.6% 증액…마음껏 도전하는 환경 조성”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하나의 IP가 무한히 확장되는 현재에는 장르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과감하게 결합할 때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협의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는 소통 창구이자 장르 간 협업을 이끄는 가교, 정부와 업계를 잇는 든든한 동반자”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K-컬처 400조원 역시 결코 쉽지 않지만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의지를 담아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정부 예산안은 올해 대비 22.6% 증가한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창작자가 마음껏 도전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산업환경을 조성해 해외 진출과 신기술 대응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공동대표 3인 선언문…“얼마를 넣을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비전 발제에 이어 김태헌(대한출판문화협회) 조영기(한국게임산업협회) 우승현(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공동대표 3인이 참석자와 함께 'K-컬처 400조·K-콘텐츠 220조 비전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은 “대외적 위상과 달리 산업의 성장은 3년 연속 2%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하고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는 재정을 더 넣는 것만으로도, 산업의 노력만으로도 좁혀지지 않는다. 문제는 얼마를 넣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며 제도와 정책의 재설계를 요청했다.


또 “인공지능 시대에 콘텐츠산업은 학습데이터의 권리자이자 새로운 제작 도구의 이용자”라며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과 기술을 활용하는 일은 대립하는 요구가 아니라 한 산업의 두 얼굴”이라고 밝혔다.


K-콘텐츠산업협의회는 2025년 5월 콘텐츠 산업의 성장 정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발족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게임산업협회·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모바일게임협회·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웹툰산업협회·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11개 협·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콘텐츠산업 규제개혁 건의와 한중 콘텐츠산업 교류회 개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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