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만 풀린 은행권 빗장
구축·전세 등 서민 대출 절벽 여전
오픈런·고금리 이중고, 역차별 논란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을 늘리면서 ‘대출 오픈런’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집단대출 등으로 대출 여력이 집중되면서 실제 차주들의 체감도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연합뉴스
가계대출 총량이 늘면서 은행권에서 집단대출 공급을 늘리는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창구를 다시 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대출 오픈런’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확대된 대출 여력이 당장 입주를 앞둔 신축 단지 집단대출과 중저신용자에게 배정되면서 일반 가계대출 차주들은 이렇다 할 정책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집단대출 잔액은 149조2970억원으로 조사됐다.
한 달 전(148조2425억원)과 비교하면 1조545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지난 2분기 이후 집단대출 증가액이 월평균 4500억원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어섰다.
집단대출 잔액이 한 달 동안 1조원 이상 늘어난 건 2024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8·13 부동산대책에서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꾀하기 위해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을 원활하게 공급하기로 방침을 세운 영향이다.
집단대출은 개별 은행에 배분된 가계대출 총량 한도에서도 제외해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역시 당초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빗장을 걸었던 은행권에서도 집단대출을 다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은 총량 목표가 오르면서 일명 ‘대출 오픈런’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늘어난 총량이 구축 매매나 전세자금 대출 등 개별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공급 확대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탓이다.
일반 주담대와 전세대출 여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재개했지만, 배정 한도가 이틀 만에 소진돼 대출 창구를 다시 닫았다.
상당 부분이 집단대출에 집중되면서 일반 차주들은 여전히 대출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정책의 수혜가 일부 차주에게 쏠리면서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정부 규제의 예외 적용으로 우대금리 혜택을 받으며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실거주 목적으로 구축 아파트나 빌라 등 비아파트 매매에 나선 차주들이나 전세 보증금이 필요한 차주들은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오픈런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도 상당하다. 지난달 31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68~7.12% 수준이다. 변동형은 4.22~6.46% 정도다.
시장에선 “똑같은 실수요자인데 누구는 정책의 수혜를 입고, 누구는 규제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상황”, “은행권 대출 한도가 찔끔찔끔 풀리다 보니 신청하려 해도 돌아서면 마감이다”, “수십억 신축 분양 잔금은 척척 나오는데, 구축이나 전세 차주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게 공평하냐” 등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총량 수치로만 억누르려다 보니 실제 주거 안정이 절실한 계층이 대출 절벽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관련 부작용이 커지지 않도록 실수요자를 선별하는 좀 더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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