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성립부터 공동창업·기여도 쟁점
비상장 지분 100% 가진 창업자…최대 재산가치 8조160억원
분할 방식 따라 스마일게이트 지배구조 달라질 가능성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연합뉴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재산분할 소송이 약 4년 만에 첫 결론을 맞는다.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규모뿐 아니라 권 CVO가 지분 100%를 가진 비상장 게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가정법원에서 권 CVO와 배우자 이모씨의 이혼·재산분할 소송 1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씨가 2022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4년 만이다.
우선 이혼 자체가 성립하는지가 관건이다. 이씨가 이혼을 요구하는 반면 권 CVO는 혼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며 청구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재판부가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산분할 문제도 함께 무산된다.
만일 이혼이 인정되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이씨의 재산 형성 기여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두 사람은 2001년 결혼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듬해 설립됐다. 이씨 측은 창업 당시 지분 30%를 보유했고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를 맡았다는 점을 들어 초기 창업과 경영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기업가치가 본격적으로 커진 시점도 쟁점이다. 스마일게이트를 글로벌 게임사로 키운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출시돼 이듬해 중국에서 흥행했고, 회사 역시 2008년 첫 흑자를 냈다. 반면 이씨의 등기이사 재직은 크로스파이어 출시 전인 2005년 종료됐다.
초기 창업 과정에서 이씨가 실제로 기여를 했고, 해당 기여분이 이후 크로스파이어의 론칭과 흥행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가 재판부의 판단 사항이다. 이후 기업가치 상승분 가운데 각 당사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산정할지가 쟁점이 되는 셈이다.
재산분할 규모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스마일게이트 지분 가치다. 법원 감정 과정에서는 권 CVO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평가 방식에 따라 약 4조9000억원에서 최대 8조160억원까지 제시됐다. 이씨는 이 지분의 절반을 요구하고 있어 최대 감정가를 단순 적용하면 4조80억원에 이른다.
다만 이는 감정가와 청구 비율을 기계적으로 계산한 수치일 뿐, 실제 재산분할액은 재판부가 인정하는 기업가치와 배우자의 기여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게임업계는 판결을 주시하고 있다. 권 CVO의 핵심 자산은 시장에서 곧바로 팔 수 있는 상장주식이 아니라 자신이 100% 보유한 비상장 스마일게이트 지분이다. 재산분할이 현금으로 이뤄질지, 일부 지분을 나누는 방식이 될지에 따라 대규모 배당·차입이나 지분구조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현금분할이 이뤄지면 권 CVO는 지분 100%를 유지할 수 있지만 수조원대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보유 자산 대부분이 비상장 스마일게이트 지분인 만큼 대규모 배당이나 차입,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지분 자체를 나누면 현금 부담은 줄지만 권 CVO의 단독 지배 체제가 깨진다. 이씨가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경우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지분율에 따라 특별결의 등에 제동을 걸 여지도 생긴다.
따라서 현금과 지분을 함께 나누는 혼합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법원은 지난 5월 29일 비상장주식이 재산 대부분을 차지한 이혼 사건에서, 현금 지급만으로 일방에게 과도한 부담이 생길 경우 주식 현물분할 등 여러 방식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권 CVO 역시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 스마일게이트 지분인 만큼 재산분할이 인정될 경우 유사한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를 비롯해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등을 보유한 국내 대표 게임사다. 특히 크로스파이어라는 장수 흥행작에서 나온 안정적인 수익과 외부 주주의 영향이 적은 비상장 지배구조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토대로 평가된다.
7년여에 걸쳐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한 '로스트아크'가 대표적이다. 서비스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익구조(BM)와 장기간의 콘텐츠 투자를 이어왔다. 권 CVO가 이사장을 맡은 사회공헌(CSR) 재단 '희망스튜디오'는 미래세대와 게임 이용자가 참여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꾸준히 확대했다. 단기 실적과 외부 주주의 수익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단독 지배 경영 환경이 장기 투자 기조를 뒷받침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인 이혼소송이지만 판결의 여파가 부부 사이의 재산 문제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스마일게이트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물론, 향후 스타트업·벤처 창업자의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판단하는 선례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번 선고는 이혼 여부와 관련한 1심 판단인 만큼 결과에 따라 불복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향후 재산분할이 인정되더라도 구체적인 분할 규모와 지급 방식은 상급심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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