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빗장 풀리는 中 게임 시장…K-게임 전망은 '글쎄'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9.01 11:12  수정 2026.09.01 13:53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올해 한국 게임 12종 판호 확보…거대 시장 재진출 기대감

판호 막힌 사이 中게임 체급 급성장

시장 접근 비대칭도 여전

새롭게 외자판호를 발급 받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 3종. 위쪽 빨간 표시부터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탑', 넷마블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 플레이위드 '씰 온라인' IP 모바일 게임.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중국이 한국 게임에 다시 문을 열고 있다. 한동안 사실상 끊겼던 외자판호 발급이 늘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세계 최대급 게임 시장인 중국을 다시 주요 공략지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다만 판호가 막혀 있던 사이 중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성장한 데다, 양국 간 시장 접근 조건의 차이도 여전해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달 31일 2026년 수입 온라인게임 승인 명단을 갱신했다. 8월 28일 승인분에는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탑', 플레이위드 '씰 온라인'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 등 한국 게임 3종이 포함됐다. 이로써 올해 중국 판호를 확보한 한국 게임 및 IP는 12종으로 늘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 명단에서도 세 게임의 승인일과 중국 현지 출판·운영사가 확인된다.


38조 시장 재진출 분수령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 여파로 급감했다가 2022년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만 7종이 판호를 받았고 7월 '아이온', '라그나로크' IP 게임 2종이 추가되면서 9종까지 늘었다. 여기에 지난달 3종이 더해졌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 중국은 여전히 포기하기 힘든 시장이다. 중국음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공작위원회가 지난 7월 30일 CDEC에서 발표한 '2026년 1~6월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지 게임시장 매출은 1884억5000만 위안(약 3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17% 늘었다. 이용자는 6억8400만명에 달한다.


반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에서 지난해 50.2%까지 떨어졌다. 내수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진 국내 업체들에 판호 확대는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할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엔씨는 중국에서 '리니지2M'을 서비스하고 '아이온' IP 기반 신작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등도 올해 판호를 확보했다. 과거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미르의 전설2' 등이 장기간 흥행했던 경험까지 고려하면 중국 시장 재개방에 대한 기대가 커질 만하다.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넷마블
문 닫힌 사이 훌쩍 큰 中게임

그러나 K게임이 다시 마주하는 중국은 10년 전 시장과 다르다. 판호 장벽으로 한국 게임 진입이 어려웠던 기간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개발력과 자본력을 빠르게 키웠다.


최근 판호 발급을 늘린 것도 한국 게임사들이 더 이상 자국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미르'나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산 대형 IP에 시장이 휘둘리던 양상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의 해외 매출은 123억7000만 달러(약 17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30.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자체 개발 게임 매출도 1633억6000만 위안(약 33조3000억원)으로 16.3% 늘었다. 중국 게임이 이제 거대한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직접 K게임과 경쟁하는 수출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다.


실제로 지난 2024년 중국 게임 사이언스가 개발한 '검은 신화: 오공'은 수려한 그래픽에 중국 신화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동안 AAA급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국에서 최초로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올해의 게임'을 수상하기도 했다. 호요버스가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원신' 역시 '원신 라이크'라는 장르를 새롭게 정립할 정도로 독보적인 게임성으로 동아시아권에 대규모 팬층을 확보한 바 있다. e


이런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2026'에서도 드러났다. 중국 게임사 60곳이 참가해 역대 최대 참가 규모를 기록했고, 텐센트와 넷이즈, 호요버스 등이 대형 신작을 전면에 내세웠다. '타이즈 오브 어나일레이션'은 'Most Epic', 넷이즈의 '연운십육성'은 'Best Mobile Game', '명일방주: 엔드필드'는 관람객 선정 'Best Booth'를 받는 등 수상 이력도 챙겼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중국 게임사들이 역으로 한국 게임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는 11월 열리는 '지스타 2026' 제1전시장 1차 참가사 명단에는 호요버스와 넷이즈게임즈 산하 조커스튜디오, 빌리빌리게임즈, 센추리게임즈가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중국 게임사들로 1전시장을 전부 채운 것이다. 반면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아직 1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 참가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검은 신화: 오공.ⓒ공식 홈페이지
판호 늘어도 '기울어진 문'은 그대로

중국 게임사들의 한국 시장 침투가 가속하는 것과 달리, 한국 게임사들의 중국 현지 시장 접근성은 판호 발급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높다.


중국 게임은 한국에서 국내 게임과 마찬가지로 등급분류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을 적용받지만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출시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 반면 해외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국가신문출판서의 수입게임 승인을 거쳐야 한다. 중국 내 출판 자격을 갖춘 사업자와 운영 주체도 필요하다. 중국 당국의 공식 절차에는 외국 저작권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임에 대해 별도 승인 절차와 현지 출판·운영 요건이 규정돼 있다. 중국산 게임 역시 판호를 받아야 하지만 외산 게임은 별도 수입게임 승인 체계에 놓이는 구조다.


허가 숫자가 늘었다고 중국 시장의 문이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다. 올해 1~7월 중국이 내준 외자판호는 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건보다 40% 줄었다. 이 가운데 한국 IP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판호 발급 시점과 심사 순서를 게임사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이어진다.


판호 확대는 K게임에 호재로 해석할 수 있으나, 분위기는 10년 사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중국은 한국 게임이 들어가야 할 거대 시장인 동시에 한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맞붙어야 할 경쟁자로 부상했다. 업계에서 다시 열린 중국의 문이 과거처럼 성장의 지름길이 될지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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