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 사슬' 늘려 2주 동안 안정적인 효과 증명
자체 개발보단 치료 범위 당뇨 등 질병까지 확대
올해부터 비만약이 항암제를 밀어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의 자리를 차지했다. 높은 범용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성이 입증되면서 전세계 제약 바이오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비만약을 낙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넓은 시장 만큼이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비만약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JW중외제약이 '2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비만약을 시장에 선보인다. 최근 비만 치료 시장 트렌드로 부상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보팡글루타이드는 이미 중국 등 글로벌 임상 데이터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 받았다는 것이 주된 경쟁력이다.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상용화는 이르면 2030년께로 예상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올해 중으로 '보팡글루타이드'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한국인 성인 과체중 환자 300여명이다.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마지막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약은 늦어도 2029년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보팡글루타이드의 핵심 경쟁력은 격주로 맞아도 된다는 점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성분인 보팡글루타이드에 22개 사슬로 이뤄진 지방산 꼬리를 붙여 몸 안에 천천히 풀리도록 설계하면서다. 위고비 역시도 투약 주기를 늘리기 위해 18개 사슬로 구성된 지방산 꼬리를 활용했다.
이렇게 몸 안으로 들어간 보팡글루타이드는 혈액 속 알부민에 결합돼 저장된다. 이후 뇌 신경이나 위장관에 있는 GLP-1 수용체와 만나 식욕 저하를 유발하는 방식이다. 이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약물과 GLP-1 수용체가 ‘약하게’ 결합되도록 했다. 혈중 약물의 농도가 다음 투약 주기까지 균일하게 유지되는 비결이 바로 약한 결합 고리 덕분이다.
JW중외제약은 투약 간격이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팡글루타이드의 연간 투여 횟수는 26회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 기존 주 1회 주사제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후발 주자인 점을 감안해 약가 자체도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낮게 가져갈 예정이다. 편의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는 셈이다.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비만 치료제의 효과도 이미 입증됐다. 앞서 중국 바이오텍 간앤리가 현지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보팡글루타이드 48mg을 52주 투약한 결과 가짜약(위약)과 비교했을 때 최대 18.5%에 이르는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효과가 위고비 등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GLP-1 계열 비만약과 비슷하거나 일부 앞선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JW중외제약은 중국 베이징 소재 제약기업 간앤리 파마슈티컬스와 보팡글루타이드 기술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
관건은 해외 임상에서 입증된 데이터가 한국인 대상 임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느냐다. 이번에 후기 임상에 들어가는 보팡글루타이드도 HK이노엔의 에크노글루타이드처럼 중국 바이오텍에서 사들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미 한미약품의 ‘국산 1호’ 비만약 출시가 임박한 만큼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신약 개발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다”며 “국가 특성상 병상 비용이 저렴하고 임상 참여 환자를 모집하기 수월한 만큼, 중국산 신약 후보물질은 더 빠르게, 많은 임상 데이터를 가진 채로 시장에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신뢰성을 담보한 신약 후보물질로 시장에 속도감 있게 진입하겠다는 전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JW중외제약은 자체 개발 비만약보다는 보팡글루타이드의 적응증(치료 범위)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앞선 기술수입 과정에서 JW중외제약이 라이선스를 취득한 비만 외 적응증은 당뇨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등 4개다. 당장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상업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비먄약 관련한 추가 기술수입(L/I)은 아직 고려된 바 없다”며 “일단 보팡글루타이드의 효능이나 안전성을 입증해 국내 시장에 잘 안착 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JW중외제약은 앞서 리바로 등 기술수입(L/I)을 통해 우수한 도입 물질을 상업화한 레코드가 충분한 만큼, 이번 역시 자신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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