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에 가품도 확산…해외 적발·차단 3만6000건
디자인·제형까지 ‘데드카피’…QR 정품 인증도 뚫릴 우려
정부 ‘K브랜드 인증제’ 10월 시행…중소 브랜드 지원 과제
중국 광저우시 백운구 공안국 및 시장감독관리국이 실시한 합동 단속에서 발견된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 크림. ⓒ에이피알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모방한 가품 유통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제품 디자인 등을 정교하게 모방한 가품이 등장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오픈마켓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정교하게 모방한 가품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 적발·차단된 K브랜드 위조 화장품은 2023년 1만6774건에서 2024년 2만3494건, 지난해 3만6116건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통되는 가품은 과거보다 한층 정교해졌다.
과거에는 어색한 한글 표기나 조악한 패키지 등으로 가품을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제품 외형과 패키지는 물론 브랜드 고유의 색상과 디자인, 제형까지 정품과 흡사하게 구현한 이른바 ‘데드카피’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뷰티 기업 에이피알은 지난달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 자사 브랜드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 점이 압류된 사실을 확인했다.
적발된 제품은 외형과 용기 디자인이 정품과 흡사해 소비자가 육안으로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초 중국 광저우시 백운구 공안국과 시장감독관리국이 실시한 합동 단속에서는 메디큐브 제품을 모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품 6000여개가 압수되기도 했다.
당시 스킨1004 등 해외 인지도가 높은 국내 브랜드 제품도 다수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품 유통 피해는 대형 브랜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부스터스의 스킨케어 브랜드 이퀄베리도 해외 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정교하게 모방한 가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스터스에 따르면 최근 해외 오픈마켓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자사 제품을 모방한 가품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특히 단순히 포장 박스나 용기에 사용된 글씨체를 비슷하게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제품별로 적용된 고유의 시그니처 컬러 팔레트와 비주얼 디자인 규칙까지 정교하게 복제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처럼 가품이 점차 정교해지고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해 기존 제품의 이미지와 디자인을 분석하고 유사한 결과물을 구현하는 것이 한층 쉬워지면서 과거보다 정교한 가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발달하면서 가품이 업체들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며 “실물도 자세히 살펴봐야 가품 여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업체들도 가품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가품이 아마존 등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 2024년부터 자체 모니터링과 함께 AI 기술을 보유한 전문 기업들과 협업해 국내외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가품과 유사품을 추적하고 있다. 가품 유통 사례를 수집해 위법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에도 나서는 방식이다.
부스터스 역시 AI 기반 이미지 모니터링 전문 업체와 협력해 국내외 주요 오픈마켓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가품 유통이나 위법 사례가 확인되면 관련 증거를 확보한 뒤 게시물을 차단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직접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활용한 인증 시스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 등에 정품 인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제품 패키지 내부 라벨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 고유의 정품 인증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이퀄베리 역시 전 제품에 고유 QR코드를 활용한 정품 인증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QR코드 인증 시스템 역시 가품 유통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정품에 부착된 QR코드 역시 AI 기술 등을 활용해 복제한 뒤 가품에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QR코드를 동일하게 복제해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일부 업체는 동일한 QR코드가 서로 다른 기기에서 반복적으로 인식될 경우 이상 사용으로 판단해 소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표시하는 등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 만으로 가품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가품 유통 지역과 규모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순한 사후 차단을 넘어 민관이 함께하는 보다 입체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K뷰티를 비롯한 K브랜드 위조상품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식재산처는 오는 10월부터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권리자인 국가인증상표를 유럽과 중국, 아세안(ASEAN) 등 70여개국에 등록하고, 인증 제품의 위조상품이 발견될 경우 현지 정부에 수사·단속이나 통관 보류 등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인증제가 가품 대응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중소·신생 브랜드까지 제도를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K뷰티의 성장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브랜드와 제품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정부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도 일정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신생 브랜드의 경우 다수의 제품에 대해 개별적으로 인증 절차를 밟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 인증제 도입과 함께 중소·신생 브랜드를 대상으로 정품 인증에 필요한 비용과 절차를 지원하고, 해외 가품 모니터링 및 현지 법률 대응 등을 돕는 지원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인증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규모가 큰 기업 뿐 아니라 해외 진출 초기 단계의 중소·신생 브랜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증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절차를 최소화하고, 가품이 실제 발견됐을 때 현지 단속이나 법적 대응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 체계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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