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주막도, 동네 편의점도 '힙'하다…존재감 커지는 '한국풍' 게임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8.24 14:19  수정 2026.08.24 14:30

'우치'·'도깨비의세계' 한국 설화 전면에…'모던 워페어 4'는 현대 한국 구현

관광공사·국가유산청도 에셋 지원

넥슨게임즈가 개발하고 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 '우치 더 웨이페어러' 대표 이미지.ⓒ넥슨게임즈

게임 속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설화와 조선시대의 미감부터 서울 도심과 한국군의 모습까지, 그동안 서양이나 중국·일본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물었던 한국적 소재가 최근 국내외 신작 게임의 세계관과 배경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은 한국의 전통 설화와 역사에서 새로운 판타지 소재를 찾고 있다. 넥슨게임즈의 '우치 더 웨이페어러'와 카카오게임즈의 '도깨비의세계'가 대표적이다. 중국 신화와 일본 사무라이가 동양 판타지의 익숙한 소재로 자리 잡은 가운데, 두 작품은 도사와 도깨비, 한복과 한옥 등 한국 고유의 정서를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에 옮겼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트리플A급 싱글플레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프로 가상의 조선시대를 그린다. 도사 전우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도깨비와 그슨새, 강철이, 어둑시니 등 한국 설화 속 존재들을 게임 등장인물과 몬스터로 재해석했다.


개발진은 막연한 '동양풍'과 구분되는 조선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복을 직접 구매해 입고 3D 스캔하는가 하면 전국 명승지와 조선 건축물을 답사했다. 주요 인물뿐 아니라 관군과 양반, 주모 등 일반 NPC에도 실제 한국인의 얼굴을 스캔해 적용했다. 중국 신화나 일본 사무라이가 동양 판타지의 대표 소재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게임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한국의 도사와 설화를 전면에 꺼낸 것이다.


20일 열린 도깨비의세계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도깨비가 춤을 추고 있다.ⓒ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오는 10월 출시하는 2.5D MMORPG 도깨비의세계도 한국 설화를 게임의 뼈대로 삼았다. 기와지붕과 성곽, 한국의 자연을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도깨비와 요귀, 산신, 불가사리 등은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한국 전통 문자도를 활용한 아트까지 선보이며 처음부터 '한국적인 판타지'라는 색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게임은 원작 웹소설·웹툰 '멸귀수도전: 도깨비의세계'와도 세계관을 공유한다. 게임은 원작보다 약 300년 앞선 시대를 다뤄 원작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를 풀어낸다.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슈퍼캣은 게임과 웹소설·웹툰을 함께 묶어 하나의 한국형 판타지 IP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대표 이미지.ⓒ액티비전

해외에서는 대형 게임사가 현대 한국을 중심 무대로 다룬 게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가 주인공이다. 현대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남북 무력 충돌이 모티프다. 서울 번화가를 본뜬 전장에는 편의점과 고깃집, PC방, 공영주차장 등 익숙한 일상 요소가 들어섰다. 국군 K2 소총을 본뜬 총기도 등장해 군필자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싱글플레이 캠페인에서는 대한민국 해병대원 '박현준'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한다. 미군과 함께 북한군과 교전하고 원자력발전소에 진입한다. 한국군을 이야기 주변 인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사의 중심에 세웠다. 전통 문화와 설화를 조명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한국을 하나의 완성된 게임 공간으로 다루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한국적 소재를 더욱 원활히 게임으로 옮길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와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넥슨게임즈는 지난 6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한국 관광사진 원본 이미지와 메타데이터 6만9479건을 제공받기로 했다.


넥슨게임즈 관계자는 "제공 받은 에셋들은 우치 등 게임 내 전통 배경과 그래픽 리소스 제작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가 지난 2023년 업데이트한 검은 사막 '아침의 나라'에는 국가유산청의 문화재 3D 에셋이 대거 활용됐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22년부터 국가유산을 디지털 원천자원으로 제작해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했으며, 지난해 9월 기준 45종 패키지·4943개 에셋이 누적 12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일련의 협업들로 인해 게임사가 한국적 세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자료를 처음부터 직접 수집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들었다. 사진과 3D 스캔 등 공공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고증 수준을 높이면서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함께 넓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도 핵심 수출 콘텐츠 산업인 게임을 통해 국가 브랜드와 문화유산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020년대 들어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 확산으로 해외 이용자에게 한국 문화가 예전보다 익숙해졌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을 통한 한국 알리기는 다소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사이 중국은 '검은 신화: 오공'의 흥행으로 자국 신화를 널리 알렸고, 일본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 등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게임을 연이어 성공 시켰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이 고유의 매력으로 게임업계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 받는다.


개발자들 역시 한국 특유의 정서를 담아내는 데 집중 중이라고 강조한다.


이시우 카카오게임즈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한국적인 정서와 독창적 세계관을 지닌 도깨비 소재로 MMORPG 본연의 재미를 현대적으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목영미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아트 디렉터(AD) 역시 지난 21일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에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조선시대 배경이나 의상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조선시대를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라며 "우리가 찾아낸 조선을 '우치 더 웨이페어러' 안에서 발견해 달라"고 당부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