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는 강하고 폐기 뒤엔 재활용…화학연, 난연 복합소재 개발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18 13:02  수정 2026.08.18 13:02

저분자량 폴리올레핀 하나로 가공성·난연제 분산·재활용성 개선

난연제 40% 넣어도 강도·신율 유지

염기성 수용액·헥산 순차 세척으로 첨가제 90% 이상 제거

왼쪽부터 연구책임자 김진철 책임연구원, 정지은·진영재 선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난연 복합소재에서 첨가제를 90% 이상 제거해 재생 원료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난연제를 고함량으로 넣고도 기계적 물성을 유지했으며, 필름과 섬유 사이의 접착력은 기존보다 약 40% 높아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진철·정지은·진영재 박사 연구팀이 저분자량 폴리올레핀 첨가제를 이용해 가공성과 난연성, 재활용성을 함께 확보한 자기강화 복합소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자동차 부품과 전자제품 회로기판, 콘센트 등에는 화재 때 형태를 유지하도록 열경화성 섬유강화 복합소재가 사용된다. 이 소재는 한 번 굳으면 열을 가해도 다시 녹지 않아 매립하거나 고온에서 소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열을 가하면 다시 가공할 수 있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재질의 섬유와 필름을 겹겹이 쌓아 자기강화 복합소재를 만들었다. 보강 섬유와 필름을 같은 고분자 계열로 구성해 사용 후 재처리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첨가제는 저분자량 메탈로센 폴리알파올레핀이다. 이 첨가제는 필름을 부드럽게 만들어 섬유 표면에 잘 붙게 하고, 난연제 입자가 뭉치지 않도록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첨가제를 넣은 소재의 필름·섬유 간 접착력은 첨가하지 않은 소재보다 약 40% 향상됐다. 난연제를 40중량% 넣은 조건에서도 인장강도와 신율 저하 없이 미국 안전규격의 수직연소시험 최고등급인 ‘UL-94 V-0’를 확보했다. V-0는 불이 붙어도 빠르게 스스로 꺼지고, 녹아 떨어진 액체가 주변 가연물에 불을 옮기지 않는 수준이다.


기존 상용 첨가제는 재활용 과정에서 상당량이 남아 재생 소재의 색상과 물성을 떨어뜨렸다. 연구팀이 개발한 첨가제는 염기성 수용액과 헥산을 차례로 사용하는 2단계 세척으로 90% 이상 제거됐다.


세척 후 회수한 재생 원료는 색상과 강도, 신율이 새 고밀도 폴리에틸렌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실험실 혼합뿐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이축 압출기로 가공했을 때도 비슷한 성능 경향을 확인했다.


아직 전기차 부품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산업 적용을 위한 추가 난연시험과 반복 재활용 과정에서 난연제가 누적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컴포지트 파트 비’ 2026년 3월호에 게재됐다.


김진철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저렴한 첨가제 하나로 난연 복합소재의 고질적 난제였던 가공성과 재활용성을 동시에 풀어낸 결과”라며 “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의 경량화와 자원순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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