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제습기·선풍기만으론 부족...중견가전, '한 우물' 벗어난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8.18 06:00  수정 2026.08.18 06:00

쿠쿠, 냉장·세탁까지 영역 확대...위닉스도 얼음정수기로 제품군 넓혀

신일 김치냉장고 재도전·쿠첸 첫 냉장고...새 먹거리 발굴 분주

쿠쿠 미식 컬렉션 4도어 프리미엄 냉장고.ⓒ쿠쿠

밥솥은 쿠쿠, 제습기는 위닉스, 선풍기는 신일. 특정 제품에서 강한 인지도를 쌓아온 중견 가전업체들이 대표 품목 밖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주력 제품을 넘어 냉장고와 세탁기, 정수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와 위닉스, 신일전자, 쿠첸 등 중견 가전업체들이 최근 기존 주력 품목 밖으로 제품군을 잇따라 넓히고 있다. 이미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활용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곳이 쿠쿠다. 전기밥솥으로 성장한 쿠쿠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형 생활가전까지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사 최초로 2도어·4도어 냉장고를 선보였다. 냉동고와 김치냉장고에 이어 일반 냉장고까지 갖추면서 식재료 보관가전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후 세탁기와 소형 건조기도 잇따라 출시하며 주방가전 중심이던 제품 영역을 의류관리 가전까지 넓혔다.


쿠쿠는 밥솥과 인덕션 등 기존 조리가전과 냉장고·냉동고·김치냉장고 등을 '미식 컬렉션'으로 묶는 동시에 청소기와 계절가전 등 생활가전 제품군도 운영하고 있다. 밥솥을 중심으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위닉스 얼음정수기.ⓒ위닉스

제습기와 공기청정기가 주력인 위닉스도 제품군 다변화에 나섰다. 건조기와 창문형 에어컨 등으로 영역을 넓혀온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컴팩트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며 얼음정수기 시장에 진입했다. 연중 수요가 있는 제품군을 늘리면서 계절가전 중심의 사업 구조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다른 중견 가전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선풍기로 잘 알려진 신일전자는 24년 만에 김치냉장고 시장 재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일은 2002년 김치냉장고 판매를 중단했지만 최근 1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을 겨냥한 소형 김치냉장고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관련 제품 인증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절가전 중심의 제품군을 생활가전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밥솥과 인덕션 등 주방가전이 주력인 쿠첸도 지난 13일 처음으로 냉장고를 선보였다. 85L와 89L, 205L 등 3개 용량의 냉장고 4종으로 1~2인 가구와 사무실, 세컨드 냉장고 수요 등을 겨냥했다. 밥을 짓는 주방가전에서 식재료를 보관하는 가전으로 제품 영역을 넓힌 셈이다.


업계의 제품군 확대는 대표 제품 하나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시장 환경과 맞물려 있다. 국내 가전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존 제품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외형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망을 활용해 새로운 품목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이유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활용이 확대된 점도 제품군 확대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모든 제품의 생산시설을 직접 구축하지 않더라도 외부 전문 제조업체와 협력해 제품을 선보일 수 있어 중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 브랜드와 유통·서비스 역량을 새로운 제품군에 활용할 수 있다.


중견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정수기 등은 이미 대기업부터 전문업체까지 다수의 경쟁자가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이라며 "결국 밥솥과 제습기, 선풍기 등 기존 대표 제품에서 쌓은 브랜드 신뢰를 새로운 카테고리의 실제 구매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을지가 중견 업체들의 다각화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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