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태어나는 아이부터 지켜야"…경기도 '주산기·어린이병원' 지원 촉구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12 14:05  수정 2026.08.12 14:07

국회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 토론회

경기도 출생아 전국 최다, 분만기관 감소폭은 최대

NICU 실제 운영병상 65%…독립 어린이병원도 없어

“이송만으론 한계…주산기·어린이병원 구축 필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방안' 토론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다섯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생아가 태어나는 경기도에서도 산모·소아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병상과 전문인력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이송·전원체계 개선을 넘어 고위험 산모·신생아부터 중증 소아환자까지 책임질 수 있는 ‘주산기·어린이병원’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분산된 의료자원을 거점 중심으로 재편해 응급 상황에서 신속한 수용과 치료가 가능한 권역 내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출생아는 전국 최다인데…분만·소아 인프라는 ‘한계’

오경준 경기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경기도와 보건복지부, 분당서울대병원 주관으로 열린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 방안’ 토론회 주제 발표에서 “경기도는 출생 수가 압도적 1위인 시·도지만 고위험 분만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권”이라며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즉시 수용할 수 있는 최종 거점병원의 부재가 가장 치명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한 해 태어나는 출생아는 2025년 기준 7만7702명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소아청소년 인구 역시 209만명으로 전국 최대 수준이다. 반면 최근 5년간 분만기관 감소폭은 전국 최대 수준이며, 고위험 신생아를 치료하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의 실제 운영 병상은 허가병상의 65% 수준에 그친다.


중증 소아 진료의 최종 안전망 역할을 할 독립 어린이병원도 없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경북, 전남, 전북, 강원 등 주요 권역에서 독립 어린이병원이나 국립대병원 산하 어린이병원이 운영되는 것과 대비된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이 경기도의 산모·소아 의료 인프라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오경준 경기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오 센터장은 “병상이 없고 의사가 없으면 어떤 훌륭한 응급 연락망도 무용지물”이라며 “최근 대구 쌍둥이 사건과 경기도 내 잇따른 전원 거부 사태는 단순한 연계 부족이 아닌 ‘절대적 인프라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도에서는 고위험 산모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장거리 이송되거나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2025년 경기 안산시에서는 34주 임신부가 병원 40여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한 끝에 구급차 안에서 응급 분만을 했고, 같은 해 시흥시에서도 31주 임신부가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 40분 만에 헬기로 세종시까지 이송됐다.


응급 상황에서 산모와 신생아를 즉시 받아줄 의료기관이 부족한 만큼, 이송체계 보완과 함께 실질적인 수용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는 게 오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기도 내 산모들도 언제든 헬기 원정이나 구급차 출산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노출돼 있다”며 “기존 시설의 확장만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고위험 산모부터 신생아·중증 소아환자까지 연속적인 치료가 가능한 주산기·어린이병원(Maternal-Children’s Hospital·MCH) 설립이 제시됐다. 임신 초기 산전 관리부터 고위험 분만, 신생아 집중치료, 중증 소아 진료와 재활까지 한 공간에서 제공해 분절된 진료체계를 하나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오 센터장은 “주산기·어린이병원은 고위험산모집중치료실(MFICU)과 분만실, 전용 수술실, NICU를 한 공간에 배치하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4시간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진료 모델”이라며 “경기도 MCH 건립은 주산기·소아 의료안전망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주산기·어린이병원 구축 한목소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경기도 산모·소아 생존체계 고도화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는 산모·소아 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분산된 지원을 거점 중심으로 전환하고, 병상 확충과 함께 이를 운영할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혜진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1400만 도민이 사는 광역단체가 자기 지역의 고위험 분만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이송과 조정의 문제가 아닌 수용 능력의 문제”라며 “받아줄 병상과 그 병상을 지킬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잘 만든 이송체계도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정, 분만 인프라와 소아 진료 지원, 이송체계 개선 등 여러 정책이 시행됐지만 이제는 소규모 분산 지원에서 거점 중심의 집중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며 “저출생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도 그 노력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원 분당서울대병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장도 “분만 및 고위험 신생아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중증 소아 진료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이어지는 전문화된 독립 병원으로 집중해야 인력과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경기도의 산모·소아 의료 인프라 확충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증 모자의료 지원과 재정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영재 보건복지부 지역필수의료총괄과장은 “내년부터 중증모자의료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현재 예산 협의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경기도가 서울 권역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오늘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수가 인상과 지역필수특별회계 예산 지원을 통해 어린이병원과 센터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중증 환자를 많이 진료할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말이 현장에서 나오지 않도록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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