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유지한 채 실수요 대출만 '예외'
대출 절벽 속 뒤늦게 보완 거듭
"2021년 부작용 재현 우려…근본 대책 고민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생성됨.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잔금대출과 청년·신혼부부 등 일부 실수요 대출에는 별도의 한도를 설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상황과 대출 성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총량 목표치를 먼저 정해 놓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를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대출 절벽과 시장 혼란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잔금대출과 청년·신혼부부 대상 대출 등 일부 실수요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으로는 지난해 6·27 대출 규제 이전 입주자모집공고가 이뤄진 단지의 잔금대출에 추가적인 공급 여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은행의 총량관리 강화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성 대출도 예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다만 아직 가계대출 총량관리 예외 적용 여부와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당국은 일부 대출을 총량에서 완전히 제외할지, 은행별 관리 목표에 별도 한도를 부여할지 등 세부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기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인 만큼 일부 실수요 대출을 별도로 관리하더라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소득 및 상환능력 심사 등 기존 규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심사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실수요 대출 공급 여력을 일부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지원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커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80% 이하로 낮추겠다는 원칙도 그대로다.
금융권에서는 총량관리 기조를 유지한 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대출에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는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보다 보여주기식 보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 가계대출 총량규제 시행 시에도 비슷한 부작용이 되풀이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하면서 강도 높은 총량 규제를 시행했다.
이후 은행들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취급을 잇달아 제한했고, 실수요자들의 전세대출과 잔금대출까지 차질을 빚자 당국은 뒤늦게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1년 총량규제를 시행했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시에도 대출을 막아 수요를 억제하려 했지만 부작용이 나타났고, 지금도 같은 방식의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강화해도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더 강한 규제를 내놓고, 이후 부작용을 보완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중"이라며 "총량규제를 반복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반영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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