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용 ‘거대 배터리’…전해질 생산시간 67% 줄였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05 14:01  수정 2026.08.05 14:02

2500회 생산에도 촉매 성능 유지…KAIST, 흐름전지 공정 개발

바나듐 전해질 반응 느려지는 산화수 +4.1 구간 규명

롯데케미칼과 국내 특허 등록…기존 생산라인 적용 가능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공정 이미지 ⓒKAIST

KAIST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용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후보로 꼽히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의 전해질 생산시간을 67% 줄이는 공정을 개발했다. 촉매의 가속 수명 평가에서는 2500회 이상의 생산 사이클에도 성능이 유지됐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 연구팀이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RFB)의 초기 구동용 전해질을 빠르게 생산하는 화학·촉매 환원 공정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전해질을 외부 탱크에 저장해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출력과 저장 용량을 따로 설계할 수 있고 탱크를 키워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장시간·대용량 전력 저장에 적합하다.


문제는 바나듐의 평균 산화수가 +3.5인 초기 전해질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존에는 화학적 환원으로 평균 산화수를 +4.0까지 낮춘 뒤 전기를 흘리는 전기화학적 환원을 거쳐 +3.5 상태로 만들었다. 마지막 환원 단계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대량 생산의 병목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화학적 환원 과정에서 평균 산화수가 약 +4.1에 도달하면 반응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공정을 전기화학적 환원 대신 백금-탄소(Pt/C) 촉매를 이용한 촉매 환원 방식으로 바꿨다.


그 결과 전체 생산시간은 기존보다 67% 줄어 약 3분의 1 수준이 됐다. 공정에 남아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옥살산도 함께 제거됐다.


연구팀은 강한 산화성 전해액에서 촉매가 손상되지 않고 작동할 수 있는 범위를 분석했다. 반응 속도를 기준으로 한 가속 수명 평가에서는 2500회 이상의 생산 사이클에도 촉매 성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정은 이미 상용화된 Pt/C 촉매를 사용해 대규모 설비 교체 없이 기존 바나듐 전해질 생산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 관련 기술은 롯데케미칼과 공동으로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해외 특허도 출원했다.


연구는 석경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주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지난 5월 7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9월 초 공개될 34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용량 배터리 상용화의 가장 큰 숙제였던 전해질 생산 과정을 반응공학적으로 정밀 분석해 새롭게 설계한 성과”라며 “촉매가 전해액 환경에서 손상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조건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산업 현장의 생산 병목을 해결한 만큼 대용량 에너지저장 기술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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