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규제에 막힌 첨단 게임산업…"등급·경품 규제 손질해야"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8.06 19:14  수정 2026.08.06 19:26

전문가들 "민간 자율 확대하고 고위험 게임 집중 규제해야"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전문가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게임 이용 환경이 바뀌었지만 국내 게임산업을 규율하는 법 체계는 20년 전 만들어진 규제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게임업계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규제' 중심에서 '진흥'과 '자율' 중심으로 전환하는 큰 틀에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경품과 등급분류 등 현장 부담이 큰 제도를 더 과감하게 손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전문가포럼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부개정안은 기존 법률 명칭을 '게임문화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바꾸고 게임을 산업뿐 아니라 문화 영역의 콘텐츠로 재정의하는 내용을 담았다. 게임진흥원 설립과 디지털게임·특정장소형게임 관리체계 이원화, 민간 자율등급분류 확대, 온라인게임 경품 규제 개선 등도 포함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황성기 GSOK 의장은 "게임을 더 이상 중독적 콘텐츠나 상업적 콘텐츠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건전한 문화 콘텐츠로 인정한 것"이라며 개정안이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 법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등급분류 민간 이양 필요…규제 공백도 보완해야"

이날 현장에서는 게임물 등급분류 권한을 민간에 더 폭넓게 넘기는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모바일과 PC, 콘솔 플랫폼에서 매일 다수의 게임이 출시되고 업데이트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모든 게임을 사전에 심사하는 방식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개정안 역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수정신고와 등급 유지 여부 판단을 민간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이다. 디지털게임은 민간 자율등급분류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사행성 게임과 웹보드게임 등은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남긴다.


'게임 등급분류 및 내용수정신고제도' 발제를 담당한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는 "개정안이 제시하는 자율등급분류사업자 중심의 등급분류 체계 전환은 산업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민간 사업자가 사행성 모사 게임을 누락하거나 잘못 판단했을 때 이를 점검하고 시정할 구체적인 절차는 보완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조언했다.


게임 업데이트 이후 24시간 안에 신고하도록 한 내용수정신고 제도도 개선 대상으로 꼽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시행 규칙 제정을 통해오탈자 수정과 화면 구성 변경 등 일부 경미한 사항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실시간 패치가 반복되는 온라인게임 특성을 고려하면 면제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품 전면금지보다 위험도별 분리해야"

사행성을 이유로 규제되던 경품에도 위험도별 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은 일부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하면 게임사가 이용자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사실상 제한한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는 적용돼도, 해외 게임사나 라이브 방송 플랫폼의 가상선물에는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업체만 마케팅 제약을 받는 등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게임 경품규제 및 사행성 예방조치' 발제자로 나선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무엇을 막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에서 규제 설계는 시작해야 한다"며 게임의 사행성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반게임과 확률형 게임은 일정 조건 아래 경품을 허용하고, 웹보드게임과 사행성 아케이드게임처럼 환금성과 과금 위험이 높은 유형에는 현행 금지를 유지하자는 구상이다. 경품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용자 행사와 고위험 사행성 구조를 구분하자는 취지다.


토론자로 나선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회장 역시 경품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며 스마일게이트 MMORPG '로스트아크'의 규제 피해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로스트아크 카제로스 레이드 퍼스트 킬 기념 스태츄 지급 이벤트가 사행성을 이유로 취소된 바 있다"며 "게임사뿐 아니라 이용자 권익까지 침해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제로스 레이드는 로스트아크 1막 스토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레이드로, 게임사와 유저들에게 공통적으로 의미 깊은 콘텐츠다. 당시 스마일게이트는 카제로스를 전 서버 최초로 클리어하는 유저를 위한 특별 '명예 보상'으로 실물 스태츄 지급을 기획했으나 끝내 무산되면서 실제 로스트아크 이용자 사이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장명균 호서대 교수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울타리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으로 울타리를 옮겨 세우는 일"이라며 규제 등급 재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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