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연아도 여전히 미셸 콴 앞에서는 마냥 즐겁고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다.
'피겨여왕’과 ‘월드여왕’이 만났다.
김연아(19·고려대)와 미셸 콴(29·미국)이 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서 열리는 <삼성 애니콜★하우젠 아이스 올스타 쇼>에서 호흡을 맞춘다.
김연아에게 미셸 콴은 절대자 이상의 존재다.
처음 피겨를 알게 된 것도 미셸 콴 덕이었고, 피겨를 하면서 닮고 싶은 선수로도 미셸 콴을 지목하는 등 가장 존경하는 선수다. 매일 그녀의 연기 장면을 영상으로 접하면서 ‘언젠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세계피겨 1위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김연아 피겨생활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미셸 콴이 드디어 한국을 방문, 김연아와 같은 은반 위에서 함께한다.
김연아는 미셸 콴과 함께 할 연기에 대해 “떨린다”면서 “지금까지 딱 두 번 만났지만 같은 링크에서 연습하는 것은 처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는 선수와 한 무대에 서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월드 여왕’으로 불리다!
미셸 콴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1980년 7월 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스케이트 타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민세대로 어려웠던 가정형편 속에서 피겨선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셸 콴이 피겨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헌신적인 지원과 함께 그녀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 본 미국 피겨계였다.
미셸 콴은 10대 초반 미국대회에 참가해 또래 선수들을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미셸 콴은 지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일부러 하지 않은 화장 탓에 심판진으로부터 “너무 앳되다”는 평가와 함께 ‘예술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
결국 미셸 콴은 보수적인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진한 화장’을 하기로 결심했고, 이후부터 각종 피겨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미셸 콴은 16살 때 이미 미국을 넘어 세계 피겨계가 주목하는 피겨요정으로 성장했다. 1996년 월드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 세계 피겨계는 미셸 콴을 향해 다채로운 표정연기와 파워풀한 스케이트 기술이 돋보인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특히 미셸 콴은 어린 나이임에도 남자선수들도 하기 힘든 고난이도 도약 기술들을 수차례 시도했다. 또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한이 서린 듯 슬픈 표정연기도 일품이었다.
미셸 콴은 1996년 충격적인 세계선수권데뷔 이후 자신감까지 충전하며 기량이 급상승했다. 미국 전국대회는 물론 세계선수권까지 휩쓸며 ‘월드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따라붙기 시작했다.
미셸 콴은 미국전국대회에서 총 9회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1996년 우승을 시작으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연거푸 1위를 차지면서 미국 전국대회 여자피겨선수 역대 최다우승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총 5회 우승을 차지했다. 각각 1996년, 1998년, 2000년, 2001년, 2003년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이어 그랑프리시리즈 대회에서는 총 12회 우승을 경험했다.
세계선수권 5회 우승경력은 역대 월드대회 우승경력 2위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기록이다. 1위는 지난 1930년대에 활동했던 전설적인 피겨선수 소니아 헤니로 1927년부터 1936년까지 총 10회 우승했다. 2위는 미셸 콴이 각각 1920년대 활동한 헤르마 스자보, 1960년대 활동한 카롤 헤이스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만년 2인자
미셸 콴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여자피겨 선수다. 지구촌 최고 선수들만이 모인다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경력도 경력이지만, 객관적인 실력평가 면에서도 잡음이 없었던 깨끗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세계 피겨인들은 미셸 콴이 심판진의 도움에 의해서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진정 실력만으로 평가받았던 피겨 월드여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미셸 콴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대회가 있으니, 바로 올림픽 무대였다.
미셸 콴은 지난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은메달에 머물렀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세계선수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국가대항전이 주는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내기 힘들었다고 한다.
미셸 콴은 4년 뒤인 2002년 자국에서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다시 한 번 출전했다. 그러나 금메달은 미국의 사라 휴즈(금메달)가 차지했고, 미셸 콴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미셸 콴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피겨선수였다. 미셸 콴의 연기는 혼이 실려 있었고, 관객은 물론 심판진까지 매혹시킬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미셸 콴이 스케이트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타기 시작하면 관객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호흡한다.
피겨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을 넘어 요동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미셸 콴만은 가능했다. 그래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연아도 여전히 그녀 앞에서는 마냥 즐겁고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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