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한국새빛가속기’가 뭐길래 1조1643억원을 태워?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7.28 09:28  수정 2026.07.28 09:29

정부, 오창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 착공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100배 밝은 빛

‘거대한 엑스레이 현미경’ 기능

신약·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에 최적

한국새빛가속기 조감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27일 충북 청주시 오창 방사광가속기 부지에 ‘한국새빛가속기’ 건설을 시작했다. 무려 1조1643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새빛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만든 ‘방사광’을 이용해 물질 구조의 특성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장치다.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물질 내부 구조를 확인할 수 있어, 흔히 ‘거대한 엑스레이 현미경’으로 부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우 작은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매우 밝고 파장이 짧은 빛이 필요하다. 이런 특별한 빛을 만들어 내면 나노 구조와 같은 물질의 세밀한 특성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신약을 개발할 때 단백질 분자 구조나, 반도체의 세밀한 선폭, 이차전지에 쓰이는 새로운 신소재 물질 구조를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새빛가속기가 준공되면 물질 내부 구조와 화학적 특성을 원자 단위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결함을 찾거나 이차전지 내부 화학 변화를 관찰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신약 후보 물질의 구조를 밝히는 데 활용 가능해 ‘K-문샷’ 사업 핵심인 신약 개발 속도를 앞당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반도체와 바이오 등 첨단산업 발전과 맞물려 그 수요가 커지며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전 세계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잇따라 나서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 대다수가 공정 개선 등에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개발에도 미국 스탠퍼드대 방사광가속기(SSRL)가 쓰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 건설하는 한국새빛가속기는 빔에너지가 4GeV(기가전자볼트)로 경북 포항에 있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100배 밝은 빛을 낸다.


한국새빛가속기 착공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세대는 형광등 혹은 태양 빛 같은 일반적 X선을 만들지만, 4세대는 X선 파장 영역에서 레이저 펄스를 만들어 훨씬 밝고 파장이 짧은 빛을 생성한다.


한국에도 2016년 포항에 준공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지만, 새빛가속기는 ‘다목적’이라는 특성에 맞게 산업 용도에 더 적합하다.


포항은 한 방향으로 빛을 가속하는 선형 방식인 반면, 새빛가속기는 빛을 원형 궤도로 회전시키다 끄집어내 활용하는 원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선형 방식은 방사광이 강해 찰나의 순간을 보는 최첨단 기초과학연구 등에 활용한다. 이와 달리 원형 방식은 빛을 저장하는 링의 접선 방향으로 여러 빔라인(빛을 분리하는 장치)을 설치해 동시에 수십 가지의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원리로 원형 방식은 자주 실험이 필요한 산업 분야 활용에 최적화돼 있다.


포항 4세대는 빔라인이 3개인데 새빛가속기는 최종 40개를 목표로 한다. 초기 빔라인 10개 중 3개는 바이오신약, 소재 구조 분석 등에 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 활용도가 높은 만큼 해외 곳곳에서도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3기가 건설되거나 운영 중이며 8기는 계획 중이다.


한국도 2019년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사업 기획을 시작해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을 거쳐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충북 청주 오창읍 후기리 오창테크노폴리스 부지 내 축구장 75개 면적에 달하는 54만㎡ 부지를 평탄화하는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올해 포스코이앤씨를 시공건설사로 선정, 내달부터 터파기 등 본격적 기초공사에 들어간다.


정부는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에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2029년 말 기술 국산화율 80%를 목표로 준공할 계획이다. 목표대로 건설되면 세계에서 3번째로 밝은 빛을 내는 수준의 성능을 갖는다.


이날 착공식에서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새빛가속기가 본격적 건설 단계에 들어선 만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공사 전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연구자와 산업계가 세계적 수준 연구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성공적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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