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55MW 가동해 2028년 200MW·장기 1GW 확보
엔비디아 지분투자·브룩필드 인프라 금융으로 글로벌 공략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사옥에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가 자사 검색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연산 자원을 확보하던 수요자에서 국내외 기업에 컴퓨팅을 판매하는 공급자로 이동한다. 초기 AI 팩토리를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로 가동한 뒤 같은 해 말 100MW, 2028년 200MW까지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1기가와트(GW) 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달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발표한 기가와트급 글로벌 AI 팩토리 구축 협력의 후속 조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경영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사옥을 직접 찾아 젠슨 황 CEO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맺었다. 당초 기술 협력이 중심이던 구상에 엔비디아의 지분 투자와 브룩필드의 인프라 금융이 결합하면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엔비디아는 10억 달러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네이버 지분 4.5%를 확보한다. 최신 GPU와 AI 팩토리 설계 기술을 공급하는 동시에 모델·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협력을 넓힐 예정이다. 브룩필드는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조달을 위해 최대 90억 달러의 프로젝트 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네이버와 협의하고 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와 시설 구축·운영,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맡는다. GPU와 기술은 엔비디아, 대규모 자금은 브룩필드가 담당하는 분업 구조다. 네이버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2027년 각 세종서 첫 매출…AI 연산 외부 판매로
네이버는 세종시에 구축한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AI 팩토리 사업의 첫 거점으로 삼는다.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설계 체계인 DSX와 블랙웰·베라 루빈 등 최신 GPU 플랫폼을 활용해 대규모 AI 모델과 에이전트 개발에 필요한 연산 자원과 소프트웨어를 묶어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네이버 서비스와 자체 AI 모델을 위한 사내 인프라였다면, 새 사업은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외부 AI 기업에 상용 서비스 규모의 컴퓨팅을 판매하는 B2B 사업이다. GPU와 서버를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AI 모델 개발 경험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설정한 사업 일정표도 촘촘하다. 2027년부터 AI 팩토리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반기 55MW 용량을 하반기에는 100MW로 늘린다. 2028년에는 200MW로 초기 가동 규모의 4배 가까이 확대한다.
탄탄한 기반 설비를 이미 확보해둔 만큼 빠른 사업화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더해 전국 20여 곳에 GPU 상면을 선제적으로 확보·운영하고 있으며, 표준 사양의 서버 체계를 구축해 자원 확보부터 서비스 개시까지의 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수요가 '빠른 가동 시점'인 만큼 강력한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기 수익성으로도 연결된다. 교보증권은 초기 용량의 순차 가동을 반영해 관련 매출이 2027년 4750억원, 2028년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광고·커머스 중심이던 네이버의 수익 구조에 AI 인프라가 새 축으로 들어오리라는 기대다.
관건은 초기 수요다. AI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은 가동률에 따라 갈린다. 가동 전 장기 계약을 맺는 대형 고객사인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재 200MW 규모의 1단계 용량을 두고 대형 글로벌 고객사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8년 확보 예정인 200MW 전체를 사용하려는 잠재 수요자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확정되면 사업 초기부터 일정 수준의 매출을 확보해 AI 팩토리 증설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서버실. ⓒ네이버
글로벌 인프라 기업 도약 시험대
이번 계획은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GPU 확보가 공공 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가운데 민간 플랫폼 기업이 해외 자본과 기술을 끌어와 직접 대규모 연산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수요를 채우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의 소버린 AI 수요까지 고객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자체 AI 모델을 함께 운영해본 경험이다. 각 춘천과 각 세종을 직접 설계·운영했고,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한 AI 서비스와 기업용 클라우드도 보유하고 있다. 인프라부터 모델·서비스까지 연결하는 풀스택 역량을 갖춘 셈이다.여기에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최신 GPU 조달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생겼다.
검색·광고·커머스 사업에서 매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점도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AI 인프라 사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플랫폼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AI 팩토리 확장에 투입하고, 향후 B2B와 해외 매출로 수익원을 넓히는 선순환을 노릴 수 있다.
다만 100억 달러가 모두 확정된 투자금은 아니다. 브룩필드가 서명한 90억 달러 규모 문서는 비구속적 조건합의서다. 엔비디아의 투자도 네이버가 최소 90억 달러의 확정 자금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네이버의 직접 부담액과 합작법인·특수목적법인 구조도 정식 계약 과정에서 확정해야 한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전력과 냉각 설비를 적기에 확보하고 빠르게 교체되는 GPU의 감가상각과 금융비용도 관리해야 한다. 반대로 시설을 계획대로 가동하고 글로벌 수요를 매출로 연결한다면 네이버는 검색·광고 중심의 인터넷 기업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AI 컴퓨팅 공급자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결국 네이버의 승부는 AI 팩토리 타임라인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확보한 연산 자원을 외부 고객 매출로 바꾸는 데 달렸다. 네이버가 'AI 활용 기업'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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