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공공주택 공급, 주민 갈등 계속…‘전면 재검토’ 요구 봇물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7.23 06:45  수정 2026.07.23 06:45

지난 22일 서울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서리풀지구 공공주택 공급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서울 서초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공공주택 2만가구를 공급하는 서리풀 1·2지구 사업이 주민 반발에 부딪히면서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행정절차를 단축해 착공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지만, 재산권과 이주 대책, 기존 마을·종교시설 존치 등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공주택 공급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서리풀2지구 주민들도 앞서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우면동 성당과 식유촌·송동마을 존치를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총 2만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이 가능한 사실상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특히 주택 수요가 높은 강남권에 위치해 주택시장 안정에 미칠 파급력이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서리풀1지구는 서초구 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 일대 약 201만8074㎡ 규모로 조성된다. 총 1만8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지난 2월 2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서초구 우면동 일원 약 19만3259㎡ 규모의 서리풀2지구에는 2000가구가 공급된다. 서리풀2지구 역시 지난달 11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정부는 관련 절차를 서둘러 오는 2028년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등 주택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공급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주민들은 약 50년간 환경 보전을 이유로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아 왔는데, 정부가 주택 공급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보상 없이 토지와 주택을 강제 수용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임대 중심의 공급계획과 원주민 이주 대책을 둘러싼 불만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서리풀지구에 공급되는 2만가구 가운데 1만1000가구(55%)를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여기에 별도의 공공임대주택 물량까지 더해지면 전체 임대주택 비중이 80%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날 집회에 참석한 임근식 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55년 동안 그린벨트에 묶여있었다. 정당한 보상과 주민들의 이주 보장을 해달라”며 “미리내집이라는 허울로 원주민들의 재산권을 박탈해가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대책위 관계자는 “임대 물량이 과도하게 산정되면 원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는 물량이 적어지지 않겠냐.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임대주택 물량은 아직 정해진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리풀2지구에서도 기존 시설과 마을 존치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지구 주민들은 우면동 성당과 식유촌·송동마을을 존치하는 방식으로 개발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정부와 삶의 터전 및 재산권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정부가 계획한 행정절차 단축과 조기 착공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토지주나 원주민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 하는 데다, 개발 이후의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보상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며 “반면 토지 보상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개발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와 주민 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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