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팔수록 마이너스"…볼보 'ES90' 5천만원 낮춘 승부수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7.22 15:26  수정 2026.07.22 15:27

원화 약세에도 7294만원부터…본사 설득해 전략적 가격 책정

사전계약 1000대 돌파했지만 저마진 탓 물량 확보 부담

내년 ES90 3000대·전기차 1만대…프리미엄 전기차 1위 목표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행사에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왼쪽)와 오스카 베르틸손 올스보르 볼보자동차 이사회 회장이 차량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저희(한국)에 주면 줄수록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물량 확보가 참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미디어 행사'에서 한국 판매 물량 확보의 어려움을 이같이 설명했다. 생산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국가에 차량을 우선 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낮은 가격을 책정한 한국은 물량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공장에서 생산 캐파를 배분할 때 저희(한국)에 10대를 주면 100원을 벌 수 있지만 다른 시장에는 1대만 줘도 100원을 벌 수 있다"며 ES90은 한국에 주면 줄수록 수익성이 낮다고 부연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공개된 ES90.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처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단기 수익성을 감수하고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을 글로벌 주요 시장보다 약 5000만원 낮은 7294만원부터 판매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판매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ES90의 국내 판매가격은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가 7294만원이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울트라는 8055만원이며 트윈 모터 플러스는 7960만원이다. 트윈 모터 울트라와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각각 8741만원과 9541만원으로 책정됐다.


회사 측은 ES90의 국내 가격이 유럽 주요 시장보다 5000만원 이상 낮고 국내에서 판매 중인 S90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보다도 최대 1800만원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될 트림으로 싱글 모터 울트라를 지목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전시된 ES90의 전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가격을 낮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원화 가치가 약 16% 낮아지며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럼에도 한국법인은 본사와 장기간 협의해 공격적인 가격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원화가 약해진 만큼 저희 마진이 16% 없어진 것과 거의 같은 얘기"라며 "본사와 오랫동안 얘기하고 싸우기도 하고 설득도 했다.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E세그먼트 세단 시장이 큰 국가라는 점을 설득해 가격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전시된 ES90의 측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낮은 가격은 이미 계약으로 이어졌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세부 사양과 최종 가격을 공개하기 전 ES90 사전계약을 시작했는데 한 달여 만에 계약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판매 목표인 1000대에 해당하는 수요를 차량 출시 전에 확보한 셈이다.


다만 계약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려면 충분한 국내 배정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을 낮춰 수요는 끌어올렸지만 낮은 수익성 때문에 본사로부터 물량을 배정받기는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ES90의 흥행 여부가 소비자 수요보다 공급 물량에 좌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단기 손실보다 장기 시장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ES90을 올해 1000대 이상 판매하고 2027년에는 3000대 이상 판매해 해당 세그먼트 판매 1위에 올린다는 목표다. 내년 국내 전기차 전체 판매량도 1만대 이상으로 높여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전시된 ES90의 운전석과 중앙 디스플레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전시된 ES90의 실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도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볼보자동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매 1위 시장이며 S90은 2021년 이후 전 세계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볼보는 한국 소비자가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만큼 ES90의 국내 성과가 다른 국가의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마이너스이지만 한국 시장이 앞으로 5년 10년 후 ES90을 통해 더 성장하면 그때 수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출시하고 있다"며 "좋은 모델을 고객이 만족할 가격으로 가져오면 독일 브랜드와 지금처럼 격차가 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S90은 전통적인 대형 세단 수요뿐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까지 겨냥했다. 일반 세단보다 최저 지상고를 20% 이상 높이고 패스트백 형태의 리프트백을 적용했다. 최대 적재공간은 1445ℓ로 일반 세단의 약 3배 수준이며 휠베이스는 3.1m다. 볼보는 ES90을 "세단의 헤리티지에 SUV의 실용성을 더한 차"로 규정했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전시된 ES90의 실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차세대 800V 전기 시스템도 적용했다. 최대 350kW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10분 충전으로 최대 약 300km를 주행할 수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 최대 706km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경쟁력으로는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휴긴 코어'를 내세웠다. 휴긴 코어는 안전과 주행 성능 배터리 관리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차량이 실시간 데이터와 축적된 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행 상황에 개입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구조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볼보 ES90 국내 출시 행사에 전시된 ES90의 후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볼보 측은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차별점으로 안전 중심의 소프트웨어 설계를 꼽았다. 회사는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완성차 업체 SDV 역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5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볼보는 ES90을 시작으로 국내 전기차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오스카 베르틸손 올스보르 볼보자동차 이사회 회장은 "매년 최소 1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이고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도 개선할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하는 차량도 한국 시장에 맞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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