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주황색 군복)들이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 해군들과 충돌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군 병사를 곤봉으로 때려 부상을 입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이번 충돌은 두 나라 외교수장의 2년 만의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해 외교적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군은 20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 모터보트가 필리핀 해군 군함 ‘BRP 시에라 마드레함’ 주변으로 불법 접근해 촬영을 시도했다. 이에 필리핀 해군 고무보트 2척이 접근해 퇴거를 요청하자, 중국 해경 8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의 머리를 내리쳐 부상을 입히고 고무보트를 파손했다.
필리핀 국방부는 이날 중국 해경들이 긴 봉을 휘두르는 모습이 담긴 25초 분량의 영상과 부상당한 병사의 사진을 공개하며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폭력 행위”라고 중국을 향해 강력히 규탄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필리핀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필리핀이 남중국해 런아이자오에서 의도적으로 도발하고 공격한 것과 관련해 변계해양사무사(邊界與海洋事務司) 책임자가 오늘 오전 중국 주재 필리핀 대사를 긴급 초치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 제기’는 중국이 외교 경로로 강하게 항의했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중국은 런아이자오가 중국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일부이고 중국 영토임을 지적했다"며 "중국 해경이 인근 해역에서 법 집행 활동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들도 “정례 순찰 중 필리핀 측 선박이 위험하게 접근해 먼저 노와 긴 막대로 중국 법 집행 인력을 악의적으로 공격했다. 필리핀이 영상의 앞뒤를 편집해 조작 선전을 펼치고 있다”며 “해당 해역에서의 법 집행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세컨드 토머스 암초는 필리핀이 1999년 노후 상륙함인 시에라 마드레함을 고의로 좌초시킨 뒤 해병대원 10여명을 상주시키며 실효 지배를 이어온 곳이다. 중국은 필리핀의 식량 및 자재 보급 임무를 물대포 등을 동원해 방해하며 마찰을 빚어왔다. 2024년 6월에도 충돌 과정에서 필리핀 병사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외교부 청사. ⓒ AP/뉴시스
이번 사건은 21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예정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터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20일 토미 피곳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우리는 동맹인 필리핀과 함께하며 이번 사건에서 필리핀 해군 장병이 보여준 전문성과 자제력을 높이 평가한다”며“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규탄한다.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중국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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