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복수’로 흥건한 하메네이 장례식…모즈타바는 불참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7.06 08:02  수정 2026.07.06 08:02

엿새 간에 걸친 거대한 반미 시위장…수백만명 “美에 죽음을”

中·러 등 100개국서 조문단…트럼프 “시민 눈물 가짜일 수도”



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 있는 대형 예배 공간인 이맘호메이니 대(大)모살라 광장에서 전직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일가의 장례가 거행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통곡 소리와 “미국에 죽음을” “피의 복수”라는 한 맺힌 외침으로 가득찬 거대한 반미 시위장으로 변모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장례식이 열린 테헤란 대형 예배 공간인 이맘 호메이니 대(大)모살라 광장에는 수백만명이 몰려들어 하메네이를 추모했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폭사한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사망 126일 만인 이날 추모식을 시작으로 오는 9일 그의 고향에 안장되는 것을 끝으로 엿새 일정으로 이어진다.


중앙광장 단상엔 이란 국기로 감싼 관이 5개 놓였다. 하메네이와 함께 숨진 딸, 사위, 며느리의 관은 같은 크기였지만 나머지 1개는 가방 크기로 작았다. 사망 당시 생후 14개월이었던 하메네이 외손녀의 관이었다. 가장 높은 자리에 놓인 하메네이의 관 위에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놓였다.


87세의 고령이었던 알리 하메네이는 전쟁 직전까진 경제 파탄과 반(反)정부 시위 유혈 진압 등으로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란이 ‘사탄’이라고 부르는 미국·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숨지자 초대 최고지도자 호메이니도 얻지 못했던 ‘순교자’ 칭호로 불리고 있다. 시민들은 단상 위의 하메네이 관 앞을 지나며 추모하는 방식으로 조문했다.


하메네이 장례식 전날인 지난 3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오른쪽 세 번째) 이란 의회 의장과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 아바스 아라그치(왼쪽 첫 번째) 외무장관 등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진행자가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이 무방비로 사탄에게 잔인하고 억울하게 암살당했다”고 흐느끼자 검은 상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암살자에게 피의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 “피의 복수, 복수”라는 한이 서린 구호를 소리높이 외쳤다. 시민들도 끝내 눈물을 참지 못하고 가슴을 쳤으며,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을 치켜들고 미국을 향한 격앙된 감정을 표출했다.


이들도 “트럼프를 죽여라” “이스라엘에 신의 저주를 내려라”와 같은 피켓을 들고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신성한 지도자들의 사상은 순교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후세가 저항의 길을 걷도록 인도한다”며 복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 정권이 이란 과학자와 엘리트 등 지도부를 암살하는 범죄에 국제 사회가 침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란의 신임 최고지도자가 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장례식에 등장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보안 우려로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ANI통신은 모즈타바 측 인사의 말을 인용해 “(모즈타바를) ‘죽음의 표적’이라고 한 이스라엘의 위협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열린 장례 기도에는 모즈타바를 제외한 하메네이의 다른 아들이 모두 참석해 오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의 내셔널몰에서 열린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이란 당국은 중국과 러시아 등 100개국 이상에서 조문단을 보내왔다고 공개한 가운데 장례 일정에 30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허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대표로 각각 조문했으며 니자르 아미디 이라크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체브데트 일마즈 튀르키예 부통령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하메네이의 관은 테헤란에 이어 중부 종교도시 곰과 이라크 등으로 이동하며 추모 행사를 가진 뒤 9일 시아파 성지이자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에 안장된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장례식에서 통곡하는 군중을 보고 놀랐다며 “이란 사람들이 하메네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가짜 눈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방으로 이란 지도부를 모두 박살낼 수 있지만, 그러면 협상할 대상이 없으므로 일주일간 장례식 휴가를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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