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협상 대표단이 지난달 21일 종전 협상을 위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 들어서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진행하던 당시 이스라엘이 이란 협상 대표단의 암살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협상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미국은 사전에 협상 중재국을 통해 이란 측에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중동의 전·현직 당국자들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암살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종전 협상에 참여한 이란 대표단의 핵심 인사인 이들은 이스라엘의 잇따른 암살 작전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이란 지도부 인사이기도 하다.
미국은 앞서 지난 2월 말 이란전쟁이 발발하면서 이스라엘이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을 암살 대상에 포함한 사실을 파악했다. 협상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두 사람이 암살되면 대화가 중단되고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미국은 중동의 우방국들에 이스라엘의 암살 가능성을 이란 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초기에는 두 사람을 잠재적인 군사 표적으로 인식했지만,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협상 대표를 제거하는 것이 미국의 외교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판단해 이스라엘에 자제를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갈리바프 의장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미국 측과 회담을 마친 뒤 귀국하는 과정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이 대표단이 탑승한 항공기를 공격할 계획이며, 이스라엘 전투기 2대가 이라크를 거쳐 이란 영공에 진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대표단에 통보했다. 갈리바프 의장의 선임 보좌관인 마흐디 모하마디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는 테헤란까지 비행하지 못하고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이란 동북부 마슈하드 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대표단은 약 8시간 동안 육로를 이용해 수도 테헤란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란은 협상 기간 고위 인사들에 대한 경호도 대폭 강화했다. 이란은 파키스탄과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이스라엘이 협상단을 겨냥한 비밀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공군은 약 70명의 이란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를 국경부터 이슬라마바드까지 왕복 호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스위스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 등이 참석한 미 대표단과 두 번째 대면 회담을 열고 종전 합의를 위한 양해각서(MOU) 후속 협상을 진행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