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은 오바마의 특사, 맞다? 틀리다?

입력 2009.08.04 17:26  수정

정옥임 "확대해석 경계해야" vs 문학진 "오바마의 적극적 대북행보"

송영선 "특사라고 비밀리에 가기보단 차라리 공개적으로 간것 같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적 여기자 2명의 석방교섭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방북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미 관계가 점점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오마바 행정부 출범 이후 최고 거물급 인사가 방북했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진전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남편으로 지난 2000년 대통령 재임당시 북미수교까지 가는 협상을 벌여 그해 11월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 방문 계획까지 세웠으나 무산된 기억을 갖고 있다.

클린턴의 이번 평양행은 그래서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꼭 9년 만에 평양행 소원을 이룬 그가 어떤 선물을 가지고 갔을지 또 어떤 선물 보따리를 가지고 올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데일리안>은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으로부터 클린턴의 이번 방북에 대한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일까? 아닐까?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특사가 아닐 것이라고 단정했다. 정 의원은 “물론 현 국무장관의 남편이자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특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확대해석을 하게 되면 한국정부의 대북협상의 공간이 좁아진다”며 “있는 그대로 개인자격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클린턴이 민간인 신분이자 개인자격으로 가서 여기자 문제를 인도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한미간 북한 문제를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특사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인 대북행보를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 역시 조심스럽게 특사임을 주장했다. 송 의원은 “아무래도 특사로 간 것 같다”며 “특사라고 해서 비밀리에 가기보단 차라리 이번엔 공개적으로 간 거 같다. 공개적으로 가서 이슈화 할 것은 이슈화하고, 결과가 없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창피하다”고 분석했다.

송 의원은 “특사(special envoy)라고 하면 비밀리에 밤중에 가는 것으로 여기는 용어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 행정부 내에 아무런 직책이 없는 민간인 신분인 빌 클린턴이 왜 평양으로 갔는지 눈여겨봐야 한다”며 “만일 비밀리에 갔다가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면 쏟아질 여론의 질타와 부담감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과 김정일의 만남 성사될까?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부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성사 여부다.

정옥임 의원은 “김정일의 건강 상태와 상당부분 연계될 수밖에 없어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한편 김정일이 클린턴을 만나 건재함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는 만큼 김정일 본인의 자신감이 바탕이 되고 여러 조건이 형성돼 있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 의원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는 비중이 있고, 또 북한 내 권력승계 문제도 있는 만큼 (면담)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학진 의원도 “클린턴이 김정을 만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문 의원은 “클린턴이 김정일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송영선 의원은 두 사람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송 의원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클린턴이 김정일을 만나서 미국 쪽 입장을 제시했는데 김정일이 노(NO)하면 그 다음을 엮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정일을 대신해서 김영남이나 김영희 등이 면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김정일의 건강이 워낙 안 좋은 상태인데 그걸 협상장에서 상대에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치명적”이라며 “이번에 클린턴 방북 이후 순차적이고 동시에 그리고 비밀리에 서로 특사를 교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클린턴, 개성공단 억류 유씨·연안호 문제 언급할까?

우리로서는 4개월 이상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와 지난달 30일 나포된 ‘800연안호’ 문제가 정부의 최대 해결과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 당국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문제와 함께 이 문제들을 언급해 돌파구를 마련해 줄까?

송영선 의원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송 의원은 “미국은 억류된 자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간 것인데 미국의 전략상 우리 문제를 언급할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도 이 문제를 언급한다면 ‘남북관계는 놔두라’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과 남북관계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정도의 일반적인 언급은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옥임 의원 역시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았지만 “전향적인 차원에서 유씨 문제 등을 언급하지 않을까 한다”며 “그렇다고 (미국이) 해결해 준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학진 의원은 “허심탄회하게 모든 문제들을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클린턴 방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 가속화?

정옥임 의원은 “북한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통미봉남을 부각시키고 싶을 것”이라며 “미국 여기자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내에서 ‘억류된 우리 국민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클린턴의 방북이 한국 등 뒤에서 미국이 몰래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아는 한 우리 정부와 사전에 다 조율이 된 것일 것”이라며 “그런(통미봉남)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현재로서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라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협상은 또 다른 문제”라며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송영선 의원은 “통미봉남이라는 용어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쨌든 북한은 지금 남한이 돈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상대하기 싫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북한의 사정이 편해지면 어쩔 수 없이 남한과의 관계개선도 모색할 것”으로 통미봉남이 일시적으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학진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 북미대화도 별로 없었는데 이제 슬슬 시작을 하는 거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며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일단 북한에 대한 고자세부터 버려야 한다. 북미관계 급진전에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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