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진행된 업무보고 모습. ⓒ뉴시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 회의와 업무보고에 ‘생중계’ 바람이 불고 있다.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국무회의, 부처·산하기관 보고까지 카메라가 일상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29일 국무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또 연말에는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도 생중계로 진행됐다. 통상 정부 부처 업무보고는 내부적으로 진행됐다. 이를 지난해 11일부터 17일까지 세종에서 이어진 일정은 대통령에게 보고에 머물던 장면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형식으로 바꿔 놓았다.
통상 내부 회의로만 끝나던 보고를 공개로 돌린 이유는 새 정부가 내세운 ‘설명 책임’과 ‘투명성’ 기조에 맞춰, 정책 과정 자체를 보여주며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누가 무엇을 결정했고 어떤 근거로 추진하는지를 국민이 직접 확인하도록 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또 다른 현실이 따라붙는다.
생중계를 준비하려면 기술 인력, 장비, 리허설이 필요하다. 일정이 겹치면 송출 채널을 바꾸고, 자료 화면을 다시 맞추고, 발표 동선을 점검한다.
그 사이 실무는 ‘보고 준비’가 아니라 ‘중계 준비’를 한다. "디테일은 회의 뒤에 따로"라는 말이 늘어나는 이유다.
시청자 숫자도 곱씹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한 부처의 공공기관 업무보고 생중계 시청자 수는 500명도 되지 않았다. 해당 부처의 규모와 공공기관 수를 고려하면, 관계된 내부 직원들만 업무보고를 시청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 인력, 장비, 예산 등 부족으로 품질도 아쉽다.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좋지 않은 음질로 생중계가 된다. 화질 또한 낮다. 이는 예산 부족 문제하고 연결된다. 청사 내 회의 1회 생중계에 약 400만원. 외부 회의는 약 1000만원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국민에게 설명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론 조직 내부 관계자들만 시청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보고는 성과 중심의 문장, 무난한 표현, 잘 하고 있다는 도식으로 흘러간다. 공개가 책임을 키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여주기 경쟁을 부르기도 한다.
물론 생중계의 순기능도 있다. 과거처럼 윗선만 보는 보고가 아니라, 같은 조직 구성원이 같은 자료를 동시에 보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발표자는 숫자를 더 정확히 챙기고, 근거 없는 수사는 줄어든다.
부처 내 공무원들 반응도 엇갈린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예전엔 보고가 단순히 전달하는 형식으로만 진행됐다는 느낌이면, 공개되니까 최소한 논리와 근거를 더 챙기게 된다”며 “보고가 형식에서 토론으로 조금씩 바뀌는 건 체감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현장은 업무보고보다 중계를 위한 자료 준비가 크다. 카메라 앞에서 말이 둥글어지고 민감한 쟁점은 결국 빠진다”며 “결론만 예쁘게 남고 과정은 더 보수적으로 굳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생중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을 생중계할지’와 ‘무엇은 비공개 토론으로 남길지’를 구분해야 한다. 핵심 쟁점은 짧게 공개하고, 민감한 쟁점은 충분히 토론한 뒤 결과와 근거를 문서로 남기는 방식이 진행돼야 한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이유로 인력, 예산, 장비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생중계만 추진한다면 그건 책임행정이 아니라 퍼포먼스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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