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2년…전력 날개 단 효성, 소재 기반 다진 HS효성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7.01 06:00  수정 2026.07.01 06:00

효성중공업, 전력기기 호황에 그룹 성장축 부상

HS효성, 비오너 회장 체제서 독립경영 기반 강화

효성은 전력망 솔루션, HS효성은 고부가 소재 확장

미국 전력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차단기(왼쪽)와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각사

효성그룹과 HS효성그룹이 계열분리 2년차에 접어들며 각자 주력 사업의 성과를 내고 있다. 조현준 회장의 효성은 전력기기 호황 속에 효성중공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그룹 성장축으로 부상했고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은 타이어보강재와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독립그룹의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두 그룹은 2024년 7월1일 지주회사 ㈜효성에서 인적분할돼 갈라섰다. 분리 당시 재계의 관심은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각자 어떤 경영 행보를 보일지에 쏠렸다. 2년이 지난 지금 효성은 전력 인프라, HS효성은 산업용 소재를 중심으로 성과를 쌓고 있다.


전력 인프라 키운 효성, 효성중공업 존재감 확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열린 효성-STT GDC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STT 서울1’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효성

효성의 성과는 효성중공업에서 두드러진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재생에너지 확대가 겹치며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효성중공업의 수주와 실적도 개선됐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조9685억원, 영업이익 747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력기기 수출 확대에 힘입어 10억불 수출의 탑도 받았다. 전력기기 사업이 해외 전력망 투자 수요와 연결되면서 실적 규모가 커졌다.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3582억원, 영업이익은 1523억원이다. 이 가운데 중공업 부문 매출은 8810억원으로 전체의 64.86%를 차지했다. 건설 부문 매출은 4713억원으로 34.70%였다. 전체 매출의 3분의2가량이 전력기기와 회전기기 등을 포함한 중공업 부문에서 나왔다.


수요 확대에 맞춘 생산·기술 투자도 진행 중이다. 효성중공업은 창원 초고압변압기 시험실을 증축하고 고압직류송전(HVDC) 변압기 전용 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장거리 송전, 전력 계통 안정화, 에너지 저장 수요까지 커지면서 전력기기 사업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고압직류송전,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 에너지저장장치(ESS), AI 기반 전력설비 자산관리 솔루션 등을 미래 전력 솔루션 사업으로 제시했다. 전기를 보내고 저장하고 관리하는 전력 인프라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건설 부문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성남부터 서초까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답십리 자동차 부품상가 도시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과 산곡 도시환경정비사업 등도 따냈다. 전력기기 실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건설 부문은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보완하고 있다.


전문경영 체제 세운 HS효성, 소재 사업 전면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지난 4월22일(현지시간) 독일 테크텍스틸 전시 기간 열린 HS효성나이트에서 참석자 및 임직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HS효성

HS효성은 출범 2년차를 맞아 경영 체제를 손봤다. 지난 4월 김규영 회장을 선임하며 효성 모태인 동양나이론 설립 이후 처음으로 비오너 출신 회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 회장은 1972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뒤 공장장, 중국 총괄 사장, 효성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효성 대표이사를 거친 기술 경영인이다.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탄소섬유 등 효성의 핵심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관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강조해 온 가치경영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오너 일가가 지주사 전면을 모두 맡기보다 전문경영인에게 그룹 운영의 무게를 싣고 조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 이사회와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구조다.


HS효성은 노기수 부회장과 안성훈 대표의 공동 대표 체제 아래 지주사 운영을 맡기고 조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로 이동했다. 그룹의 성장축을 기존 지주사 중심 관리에서 소재 사업 경쟁력과 신사업 발굴로 옮기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실적 구조에서도 소재 사업의 비중이 크다. HS효성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670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핵심 사업회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같은 기간 매출 8290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HS효성첨단소재의 이익은 줄었지만, 직전 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되며 소재 사업의 기초 체력은 유지했다.


HS효성첨단소재의 중심에는 타이어보강재가 있다.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타이어코드는 글로벌 1위 제품으로, 회사는 전 세계 승용차 타이어의 절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트벨트용 원사와 에어백용 원사도 자동차 소재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다. HS효성이 독립그룹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기존 타이어보강재 사업은 안정적인 매출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스틸코드 사업 매각 철회도 이 흐름에서 볼 수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신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추진했지만 지난 4월 이를 중단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타이어 고객사들의 안정적 조달 요구가 높아졌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와 수익성도 다시 평가 대상이 됐다. 단기 현금 확보보다 기존 고객 기반과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고부가 소재 확대는 다음 축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아라미드 브랜드 ‘알켁스(ALKEX)’와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을 보유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방탄 장비와 광케이블 보호 소재, 전기차 타이어 경량화 소재 등에 쓰이고 탄소섬유는 고압용기와 자동차 부품, 풍력 블레이드 등 경량화 수요가 큰 분야로 적용처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탄소섬유 생산능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 진입도 본격화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실리콘 음극재를 신규 사업으로 선정하고 유미코아 자회사 엑스트라 마일 머티리얼즈(EMM) 지분 인수에 1억2000만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6000만 유로를 출자전환해 EMM 지분 80%를 확보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와 급속충전 성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HS효성은 타이어보강재의 글로벌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고부가 산업용 소재와 이차전지 소재 투자를 이어간다. 전문경영인 체제 출범 이후에는 소재 사업의 수익성과 신사업 성과가 독립그룹의 성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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