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가 심은 '샤힌'…에쓰오일, 9조 프로젝트 가동 초읽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6.30 14:20  수정 2026.06.30 14:20

TC2C 세계 첫 상용화 수순…석화 비중 25% 확대

사빅과 수출 마케팅 계약…초기 가동 안정화 과제

샤힌 프로젝트 TC2C 건설 작업 현장 ⓒ에쓰오일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은 에쓰오일이 정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화학으로 넓히는 전환점에 섰다. 9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샤힌 프로젝트 준공을 앞두고 있다. 샤힌은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된 대형 정유·석유화학 통합 설비로, 국내에서 추진된 화학 분야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완공 이후 에쓰오일은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프로필렌 75만톤, 폴리머 12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도 함께 확보하게 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시운전을 거쳐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샤힌을 통해 석유화학 생산 비중을 현재 12%에서 2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을 한 사업장 안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 기존 나프타분해시설(NCC)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나프타를 투입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반면 샤힌은 원유와 중질유를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TC2C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TC2C는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천 기술이다. 기존 원유 정제 시설보다 같은 양의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재료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공정으로,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업 가동된다. 에쓰오일은 이를 통해 석유화학 원재료 생산량을 기존 정제 시설보다 3~4배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10년간 14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왔다. 2011년에는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을 가동하며 석유화학 사업 확장에 나섰고, 2018년에는 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인 RUC·ODC 프로젝트를 상업 가동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이 같은 사업 구조 전환 흐름을 잇는 대형 투자다.


샤힌이 계획대로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원유 정제에서 화학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통합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틸렌과 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 화학 제품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외부에서 나프타를 조달해 투입하는 기존 NCC보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도 샤힌의 생산비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년 4분기부터 샤힌 프로젝트 설비에서 이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아시아 경쟁 NCC 업체보다 생산원가가 20~30% 낮게 설계돼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6년 6월 제품가격 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창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샤힌의 성과가 단기간에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설비인 만큼 초기 시운전과 상업 가동 과정에서 목표 수율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 주요 제품이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가동률 상승과 판매망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석유화학 업황이 아직 회복 국면에 들어서지 못한 점도 부담이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범용 제품 경쟁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도 여수와 대산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샤힌이 원가 경쟁력을 갖춘 신규 설비로 평가받더라도 장기 경쟁력은 고부가 제품 전환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사빅과 폴리에틸렌 제품의 수출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수 고객사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샤힌은 TC2C 기술을 세계 최초로 대규모 상용화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연말까지 신중하게 가동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