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대통령 독립기관 해임권 확대에도 "연준만은 예외"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6.30 06:01  수정 2026.06.30 08:23

91년 만에 판례 뒤집고도 연준은 보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독립기관 수장 해임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독립성만큼은 예외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행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화정책의 정치적 독립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6대 3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임한 레베카 슬로터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의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1935년 판례인 '험프리스 집행인' 사건을 뒤집으며 대통령이 독립기관 고위직을 임기 중에도 해임할 수 있도록 판단했다.


험프리스 집행인 판례는 90년간 미 독립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핵심 법리였다.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이 정책 차이를 이유로 연방거래위원을 해임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등 다수 독립기관의 법적 토대가 됐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이러한 보호 장치는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연준만큼은 별도의 예외로 남겼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연준은 "독특한 역사적 전통과 구조를 가진 기관"이라며 이번 판결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연준 정책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같은 날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을 시도한 리사 쿡에 대해서는 5대 4로 해임을 막았다. 대법원은 연준 이사는 법률상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으며, 정책적 견해 차이만으로는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강한 대통령 권한론에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야당과 법조계에서는 연방거래위 등 독립 규제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연준은 예외로 남았지만, 대부분의 독립기관은 앞으로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놓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행정부와 독립기관의 권력 구도가 크게 바뀌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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