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서남권 반도체 800조 투자 청사진 제시…호남 인프라 ‘물음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6.29 16:55  수정 2026.06.29 17:00

中 급속한 추격…AI발 반도체 수요 폭증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 개최

반도체 분야 핵심 전략 ‘3S+1F’ 발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5년 내 4배로 폭증하고 중국 메모리 업체가 맹추격하는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생산거점 전국화와 팹 건설 기간 단축을 골자로 한 ‘3S+1F 전략’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 분야 핵심 전략인 ‘3S+1F’를 발표했다. 속도전(Speed)·거점전(Stronghold)·선도전(Spearhead)의 세 축에 총력지원체계(Full-support)를 더한 구조다.


정부가 이같은 전략을 내놓은 것은 중국의 급속한 추격과 AI발 수요 폭증이 동시에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올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8%로 1년 전(3%)의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한국인 엔지니어 200명 이상이 CXMT에 재직 중이라는 업계 증언도 나온다.


AI 반도체 수요도 급증세다.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5년 2000억달러에서 2030년 8000억달러로 5년 내 4배 성장할 것으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는 전망했다.


5년 내 생산능력 2배…서남권에 800조원 베팅


속도전의 핵심은 팹 건설 기간 단축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6호기를 순차가 아닌 동시 건설로 전환해 3~4년을 줄이고, 용인 일반산단과 국가산단 최종 팹 완공도 각각 12년, 7년 단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5년 내 메모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거점전은 반도체 생산기지를 수도권 단일 체제에서 전국으로 분산하는 전략이다. 수도권은 전력·용수·부지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새로운 생산거점 발굴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서남권(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총 8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팹 4기(삼성전자 2기·SK하이닉스 2기)를 구축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을 들여 HBM 패키징 거점을 조성한다. 동남·대경권은 소부장 혁신거점으로 육성한다.


선도전으로는 차세대 메모리·엣지용 AI반도체·국방반도체 등 미래 시장에 향후 15년간 3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서남권 입지 논란…“왜 호남만인가”


서남권 입지 선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보고회 이전부터 불거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풍부, 용수 확보, 저렴한 부지를 선정 이유로 제시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높은 전력 자급률과 풍부한 용수, 전남대학교·광주과학기술원·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등 우수한 연구·인재 기반을 갖춘 서남권이 경쟁력 있는 후보지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입지 선정 기준과 절차뿐 아니라 인프라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SNS에서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전력, 인력, 부지, 소부장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왜 물만 이야기하느냐”며 “정부가 여러 지방을 대안으로 놓고 검토했다면 그 채점표를 밝히면 된다”고 했다.


용수·전력 확보 가능성 도마


용수 문제도 쟁점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SNS에서 “영산강·섬진강 유역 7개 댐의 수계 조정과 여유 용량 활용을 통해 하루 약 100만t 이상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재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공정 팹 4기만 가동해도 하루 80만~120만t의 용수가 필요하다”며 “호남 전체 연간 공업용수 공급량(3억1000만㎥)이 용인 클러스터 한 곳의 연간 수요(3억9000만㎥)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전력 공급 방식도 논란이다. 정부는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회 직전까지 SNS에 7차례에 걸쳐 서남권 입지의 정당성을 직접 강변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엔 특히 RE100 때문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중요한데 재생에너지가 가장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재원 의원은 “전남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고 RE100도 맞출 수 있다고 하지만 절반이 태양광”이라며 “낮에는 발전량이 치솟았다가 밤에는 거의 0으로 떨어지는데 재생에너지만으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반도체 공정은 전력망 주파수·전압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초정밀 산업이다. 전력이 ‘풍부하다’는 것과 ‘고품질로 안정 공급’이 가능하냐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를 ‘회복에서 대도약으로 전환하는 초격차 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기업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세부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S+1F 전략 가운데 일부는 현 정부 임기(2027년)를 훌쩍 넘어서는 장기 계획으로, 발표의 무게는 다음 정부로 이어져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도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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