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가전·문구업계까지 뷰티 시장 공략
수출 성장·ODM 발달에 진입 기업 늘어
브랜드 난립·과열 경쟁 우려도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향배 가를 것"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에스팩토리에서는 태광그룹 신설법인 실(SIL)이 선보인 자체 스킨케어 브랜드 '사핀(SAPIN)'의 첫 팝업스토어가 공개됐다.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본업이 화장품과 무관한 기업들까지 잇따라 뷰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높은 수익성과 해외 시장 확장성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브랜드 난립과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태광그룹을 비롯해 생활가전 기업 앳홈, 문구업체 모나미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사업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자체 코스메틱 법인인 실(SIL)을 신설하고 뷰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실(SIL)은 최근 첫 스킨케어 브랜드 사핀(SAPIN)을 선보이기도 했다.
생활가전 기업 앳홈은 홈뷰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출시한 앳홈의 '톰(THOME)'은 물방울 초음파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모나미코스메틱 로고. ⓒ모나미코스메틱
ODM 기업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하이트진로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2024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해 뷰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본업이 문구인 모나미도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나미는 2023년 화장품사업부를 물적분할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모나미코스메틱을 설립했다.
대형 ODM 업체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소량 다품종 생산과 자체 용기 개발 역량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으며, 2028년 상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K뷰티의 가파른 성장세가 자리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 수출이 확대되면서 화장품 산업이 높은 성장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갖춘 분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뷰티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2년 약 80억 달러였던 수출 규모는 3년 만에 40% 이상 확대됐다.
국내 ODM 산업의 성장도 시장 진입을 뒷받침했다.
자체 생산시설 없이도 제품 기획과 브랜드 경쟁력만 갖추면 화장품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초기 투자 부담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이종업계 기업들의 뷰티 브랜드 론칭도 한층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장 규모 확대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관련 산업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유사한 콘셉트와 성분의 제품이 범람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경우 K뷰티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참여 기업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와 브랜드·제품 간 차별화 경쟁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에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 시장을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독자적인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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