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발언 두 달 만에
與, '소상공인기본법개정안' 발의
소상공인 단체 '환영'…업계 '우려'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 정책 대전환 촉구 범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등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개인 사업자인 소상공인도 노동자처럼 '집단 교섭권'을 보장하는 소상공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에 소상공인 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프랜차이즈 업계 일각에서는 "담합의 합법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거대 원청업체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들의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알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전국상인연합회도 "이번 개정안은 소상공인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상공인이 거래 현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집단적 협상권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세희 민주당 의원(전국소상공인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소상공인 단체에 거래 조건 변경에 관한 단체 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소상공인 단체는 의견 제시만 가능하지만, 개정안은 단체에 집단 협상권을 부여했다. 또 단체가 기업 본사 등 거래 상대방에게 거래 조건 변경에 관한 단체 협상을 요구할 권리를 갖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민주노총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에게 집단 교섭과 최소한의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2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에 나서는 움직임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협상 요청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단이 없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맹점주들은 납품단가 인하, 소비자권장가 인상 등 요구 조건을 관철 시키기 위한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는 본사가 강제 계약을 체결시킨 대상이 아니다"라며 "계약 체결에 앞서 조건을 스스로 검토한 뒤 자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단체 교섭권을 내세워 계약 조건을 변경해 달라거나, 납품 단가를 낮춰 달라거나, 원가 상승분 만큼 소비자 권장가를 올려 달라는 등을 요구한다면 계약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결국 부담은 소비자에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상공인의 적은 가맹본사도 아니고 소비자도 아닌, 급변하고 다변화하는 기술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라며 "시장경제를 법으로 규제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개정안에 담긴 '공정거래법' 미적용 조항도 논란이다.
개정안이 소상공인 단체의 단체협상으로 성립한 합의에 대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40조1항 또는 51조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해당 공정거래법 조항은 사업자 혹은 사업자 단체들이 공동으로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 등을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즉 '담합'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내용이다.
익명을 원한 경영계 측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쟁점은 '담합'을 통해 사업자들이 가격 결정권을 가지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만약 가맹점주 단체가 기업 본사에 그간 플랫폼 수수료, 원재료비 상승 등으로 입은 피해를 가격 인상으로 상쇄하자고 요구해도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최근 설탕·제분 등 대기업 간 담합에 철퇴를 내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여당발 개정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소상공인을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에 이들의 집단 요구는 담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여당이 발의한 소상공인법에서 담합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공정거래법과 정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정안에 소상공인의 담합만 허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된다면, 공정위가 직접 반대 의견을 내는 게 맞다"며 "기업 간 담합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자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공정위 스스로도 모순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쁜 담합, 좋은 담합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담합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가격보다 항상 높은 값으로 설정되기 마련이라 담합을 금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추후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소상공인 단체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거라면서도, 개정안 내용에 '단체 교섭의 범위'와 '교섭의 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회 측 관계자는 "기업 본사와 체결한 부당한 약관 등에 대한 교섭이 쟁점이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개정안에 논란을 사고 있는 담합에 대해 어디까지가 담합인지, 아닌지 명확한 범위를 설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섭 주체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오세희 의원은 '공정한 거래 질서를 세우는 최소한의 권리'라는 입장이다.
그는 "소상공인 단체협상권은 아무 때나 행사하는 무소불위 권리가 아닌 심각한 불공정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권"이라며 "소상공인 단체협상권은 시장질서 훼손이 아니라, 일방적인 요구를 바로잡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세우자는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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