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딜레마③] "사장보다 더 버는 알바"…현실 외면 인상안에 소상공인 위기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6.19 07:00  수정 2026.06.19 07:00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000원 요구

음식점·카페 등 자영업자 경영난 심화

"직원이 더 버는 업장은 폐업할 수밖에"

업종별 차등·주휴수당 폐지 필요성 대두

서울시내 한 음식점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내수 침체 장기화에 소상공인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1만320원)보다 16.3% 인상한 1만2000원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 불황에 의한 매출 감소, 주휴수당 지급 의무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 식재료 원가 상승,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으로 겹악재를 겪는 상황에서 나온 최저임금 인상 요구안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성토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경영계는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음식점 등 일부 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제도화하는 발상이라며 일괄 인상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지속된 반발로 1989년부터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지금도 사장보다 직원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노동계가 요구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현실화 할 경우 폐업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창수(62)씨는 "답답하다. 요즘 식자재값도 말도 안 되게 올랐는데 여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면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하고 남는 게 있나 싶다"며 "사장보다 직원이 더 벌면 그 업장은 접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마포구 합정 일대에서 개인 주점을 운영하는 김재준(34)씨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1만3700원의 시급을 적용하고 있다"며 "술 장사는 손님이 아예 없을 때도 많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수익은 적게는 월 110만원 수준에 그친 적도 허다하지만, 직원 월급은 그대로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올해 최저임금 1만320원을 기준으로 직원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계약했을 때 고용주는 주휴시간 35시간을 포함해 월급 21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이는 이론적 계산에 그친다. 자영업 현실에서는 최저임금 만으로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탓이다. 알바천국 등에 올라온 구인 게시글은 적게는 1만1000원, 많게는 1만4000원의 시급이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음식점들이 한산하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보다 급여를 받는 직원이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 현실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자영업자 3명 중 2명이 한 달에 가져가는 수익은 160만원 미만에 그쳤으며,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2024년 기준 자영업자의 월평균 수익은 191만원이었다.


만약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2000원으로 확정될 경우 같은 업무 조건에서 고용주는 직원에게 250만8000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역시 이론상 추산일 뿐, 실제 구인 현장에서는 평균 시급 1만3000원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고용주는 사실상 27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모인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자영업자는 직원 월급 주기 위해 일하는 건가"라는 등 관련한 불만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그나마 임금을 최저시급이라도 맞추기 위해 동남아인, 인도인 등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홍대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우리나라 청년들은 최저시급에 일을 하지 않으려 해서 20대 동남아, 인도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며 "모두 D-2 비자를 가진 유학생들로 한국 말도 잘하고, 일도 무난히 잘해서 경영에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업종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구인 사이트를 보고 면접을 온 외국인들 대부분이 '최저시급만 받을 테니 주급으로 해 달라' '4대보험 안 들고 싶다'는 부탁을 많이 한다"며 "세금 떼는 게 아까워서, 언제든 쉽게 그만두려는 꼼수인데 그런 사람들은 고용 자체를 안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부담에 주휴수당 지급이라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점심시간 피크 시간대에만 단시간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만 인력을 투입하고, 근로시간은 주 15시간 미만으로 관리해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지불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단기 근로자들만 양성되고, 결과적으로 고용 안정성을 해치며, 업계의 건전한 발전 요소에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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