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지분 9.04% 확보…추가 투자 추진
협력 생태계 재편 및 수직계열화 우려도
수출입은행·정부 판단이 향후 민영화 변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다연장로켓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에 올라섰다. 한화는 이번 지분 확대로 항공·우주·방산 역량을 통합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국가 전략 산업이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KAI 지분 6.50%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한화시스템도 1250억원을 투자해 KAI 지분을 1.53%까지 늘렸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USA가 보유한 지분 1.01%를 더하면 한화그룹이 가진 KAI 지분은 총 9.04%로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에 올라섰다.
한화는 당초 계획대로 지분 확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연말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9.97%까지 확보하기로 결의했다. 계획대로 지분을 사들일 경우 그룹의 KAI 지분은 12%를 넘어서게 된다.
KAI는 한화그룹의 항공우주 사업 확장에서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우주발사체,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항공전자·위성, 한화오션은 해양 방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KAI의 완제기 개발 생산 능력이 더해질 경우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통합 패키지 수출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한화가 제시한 배경이다. 해외 고객사들이 전투기, 함정 등 단일 장비 만을 따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엔진, 항전장비, 무장체계, 정비·보수·운영(MRO) 등을 함께 요구하는 만큼 국내 기업 간 협업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화는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우주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우주·항공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복수 기업의 중복 투자로 개발과 운영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며 “한화와 KAI가 보유한 기술과 역량이 결합될 경우 비효율성이 제거되고 시너지가 발생해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의 풀 밸류체인 구축이 국내 항공·방산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로 다수의 협력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한화가 KAI 경영에 본격 참여할 경우 항공기 플랫폼부터 엔진·부품·무장체계까지 특정 그룹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LIG넥스원은 KF-21 보라매 전투기의 레이더와 센서, 전자전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KAI를 중심으로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구조에서 한화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기존 협력 생태계가 한 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항공우주 산업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고 당장 수익화가 어려운 연구개발 과제가 많다. 민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나 공공성이 강한 국산화 과제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AI 노조도 이 지점을 문제 삼고 있다. 노조는 경쟁 관계에 있는 한화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사업 전략, 수주 계획, 연구개발 방향 등 핵심 정보가 외부 이해관계와 연결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을 직접 찾아 대주주 역할을 책임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관건은 정부와 수출입은행의 판단이다. KAI 최대주주는 여전히 지분 26.41%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다. 한화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더라도 정부와 수출입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영권 확보는 쉽지 않다. KAI 민영화 논의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국가 전략 산업이라는 특수성과 노조 반발, 독과점 우려로 번번이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지분 확대는 향후 KAI 민영화 논의에 대비해 영향력을 넓혀가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KAI는 단순 제조사가 아니라 국가 항공우주 역량의 핵심 플랫폼인 만큼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인수나 통합이 곧바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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