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작전 실패?…‘구간 레이스’ 리와인드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09.07.27 10:24  수정

예선 10조, 초반부터 오버페이스 ‘혼란’

야외수영장 변수도 불리하게 작용

박태환이 지난 2004 아테네올림픽 당시 부정출발로 실격당한 곳도 야외수영장이었다. 뜨거운 태양을 직접 받으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저하는 물론 체력소모도 극심한 곳이 야외수영장이다.

박태환은 지구력이 좋아 초반보다 후반속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야외수영장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박태환이 세계선수권 400m 2연패에 실패한 원인은 태양을 그대로 받는 야외수영장에서 펼쳐진 영향이 크다. 체력적인 변수가 많아 경쟁선수들의 초반 전력질주로 박태환을 혼란스럽게 한 까닭

첫 50m 승부수 ‘마츠다-로솔리노 전력질주’

박태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400m 예선 마지막 10조 4번 레인에서 역영했다. 박태환 입장에서 3분 42초대만 들어와도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선 10조 선수들은 앞선 조 선수들의 경기운영을 눈여겨 본 듯, 초반부터 속도를 내면서 체력을 소진하게 만들었다.

예선 10조의 첫 50m 구간 기록은 25초88. 역시 다른 조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속도를 보였다. 박태환은 50m 구간을 4위권으로 들어왔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400m 우승 때 기록한 50m구간 평균기록이 27초대. 당시 400m 은메달리스트 장린이 초반 50m 구간 28초대, 후반구간은 26초대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예선그룹 선수들의 첫 50m 구간 25초대 기록은 엄청난 오버 페이스였다.

예선 10조의 오버 페이스를 이끈 선수는 박태환 옆에서 역영한 3번 레인 일본의 마츠다. 그는 100m 구간을 54초14로 끊으며 1위로 올라섰다. 반면 박태환은 속도를 조절하면서 4위권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결정적인 변수는 200m구간에서 발생했다. 오버페이스 한 마츠다가 체력저하로 뒤처지자, 이번엔 이탈리아의 로솔리노가 무리한 속도를 내면서 선두로 부상한 것.

로솔리노의 200m기록은 1분51초67, 250m기록은 2분20초. 로솔리노의 힘찬 역영에 나머지 선수들도 중반부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는 박태환의 강력한 경쟁자 반더카이도 포함됐다.

그러나 박태환은 여전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300m 구간을 2분49초대로 끊었다. 이어 350m 구간을 3분17초83로 들어왔다.

박태환이 승부를 건 구간은 360m 부근. 그러나 미국의 반더카이가 이미 중반이후 1위로 질주하면서 박태환은 힘에 부쳤다. 박태환은 골인직전 2위권까지 진입했지만, 막판 속력을 내기엔 체력소모가 심한 듯했다.

예선 10조 1위는 반더카이, 3분45초40으로 들어왔다. 박태환은 특유의 뒷심으로 3분 46초04를 기록하며 3위로 패드를 찍었지만, 최종결선 8위권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박태환이 세계선수권 400m 2연패에 실패한 원인은 태양을 그대로 받는 야외수영장에서 펼쳐진 영향이 크다. 체력적인 변수가 많아 경쟁선수들의 초반 전력질주로 박태환을 혼란스럽게 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베이징올림픽 400m 역전우승 당시 박태환의 50m 평균기록은 27초대. 당시 은메달리스트 장린도 26~28초대임을 감안하면, 이번 대회는 초반 속력을 내는 선수들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됐다고 볼 수 있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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