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순천향대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 인터뷰
전신경화증, 폐섬유화·수지궤양 등 다양한 장기 합병증 동반
신약·임상연구 확대에도…“전문 인력 양성은 과제”
김현숙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지난 5월 21일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작년 관절류마티스내과 전공의 지원자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인력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김현숙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0년 이상 자가면역질환 분야에 몸담아온 김 교수는 전문 인력 양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가 오랫동안 진료해온 전신경화증은 국내 환자 수가 50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희귀 질환으로, 폐섬유화와 폐동맥고혈압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환자마다 침범 장기와 질환 양상이 달라 진단부터 치료까지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이를 전담할 의료진은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을 김 교수는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마다 침범 장기와 중증도가 모두 다르고 약제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라며 “폐섬유화가 먼저 진행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폐동맥고혈압이나 수지궤양, 소화기 이상이 더 큰 문제가 되는 환자도 있어 획일적인 진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신경화증은 ‘피부병’ 아닌 전신질환…폐·심장·혈관까지 침범
전신경화증은 과거 피부가 딱딱해지는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경피증’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전신 장기 침범의 특성을 반영해 전신경화증이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면역체계 이상과 혈관병증으로 인해 피부뿐 아니라 폐와 심장, 혈관, 소화기 등에 염증과 섬유화(장기 내 섬유질 결합조직의 과다누적)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폐 침범은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 환자의 70~80%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폐섬유화가 동반된다”며 “일부 환자는 경미한 수준에서 질환이 유지되지만, 일부는 빠르게 진행해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신경화증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진단 직후부터 폐기능검사와 흉부 CT 검사를 시행한다. 폐섬유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환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폐동맥고혈압 역시 경계해야 할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폐동맥고혈압은 폐혈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으로 호흡곤란과 실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에 의한 폐동맥고혈압은 일반적인 폐동맥고혈압보다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국내 자료를 보면 5년 생존율이 약 60% 수준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손상된 장기는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신경화증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레이노’ 현상이다. 추위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가락 색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는 증상을 말한다.
다만 레이노 현상이 있다고 모두 전신경화증인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레이노 현상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실제 전신경화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5%도 되지 않는다”며 “불필요하게 두려워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치병 아니다”…달라진 치료 환경
김현숙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가 지난 5월 21일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전신경화증 환자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은 수지궤양이다. 혈관병증이 진행되면서 손끝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심한 경우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손가락이 저절로 짧아지는 이른바 ‘자가절단’ 사례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치료 환경이 개선되면서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다.
수지궤양은 폐섬유화나 폐동맥고혈압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합병증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데다 손을 사용하는 일상생활 전반에 제약을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쓰고 옷을 입는 평범한 일상조차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며 “생명 예후뿐 아니라 삶의 질 측면에서도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약 개발이 이뤄지면서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확대되고 있다. 더 나아가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과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 등 질환의 근본 원인인 면역체계 이상을 바로잡으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연구 성과가 곧바로 환자들의 치료 현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신약 도입과 보험 적용이 상대적으로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에게는 임상시험 참여가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환자 상태를 고려해 새로운 치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권유하는 만큼 궁금한 점을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치료가 쉽지 않은 희귀난치질환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다”라며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만큼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새로운 치료제와 치료법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의료진 역시 환자들의 삶의 질과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치의를 믿고 꾸준히 치료받으며 함께 질환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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