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말뿐인 ‘AI 3대 강국’…외형만 키운 G3의 그늘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6.02 16:58  수정 2026.06.02 17:00

AI G3 도약 선언적 수준 머물러 있어

미·중 AI 투자·자본 전세계 70~80%

한국, 제한된 인프라 속 경쟁 확보 과제

“반도체·AI 결합해 경제적 성과 창출해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세계 3대 강국(G3) 도약을 위한 노력을 1년간의 성과로 내놓았지만, ‘외형적 지표 맞추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개발에 지난해 5300억원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G3 진입까지 전세계 AI 투자와 자본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미국은 장기적 국가 전략을 통해 AI 기술 다수 확보를 하고, 중국은 저비용 AI 모델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원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1주년 성과와 함께 ‘K-AI’를 향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쟁력을 AI와 결합하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AI’ 모델 구축 막차 탑승…G3까지 갈 길 멀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AI G3 도약 기반 마련 ▲도전적 연구개발(R&D) 생태계 회복과 정상화 ▲기본 통신권 보장과 민생 부담 완화 등을 핵심 성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운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AI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독파모는 설계부터 학습, 운영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구현해 AI 자립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업스테이지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 참여 기업이 2차 단계 평가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국내 독파모 개발과 글로벌 평가 지표를 근거로 한국 AI 기술의 G3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AI Index) 2026’ 보고서는 한국을 주목할 만한 AI 모델 보유국 3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1위를 차지한 미국이 59개, 2위 중국이 35개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8개에 그쳤다.


지난 1년간의 정책 추진이 AI 대도약이라는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독자 AI 모델 구축이 본격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1등, 3등은 어떤 잣대냐에 따라 다르다”며 “현재로서는 선언적인 것뿐이다. 우리가 AI 기술을 통해 어떠한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美·中·EU가 장악한 AI 패권 경쟁…설 자리 없는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경.ⓒ데일리안DB

글로벌 AI 시장은 이미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AI·디지털 전략 경쟁:주요국 정책 동향 분석(2022~2025)’을 보면 AI는 미국, 중국, EU 등 주요국을 중심축으로 반도체, 컴퓨팅, 보안 등 복합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AI 행동계획을 통해 AI 혁신 등을 핵심 기조로 제시함과 동시에 첨단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 강화, 공급망 안보 병행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경우 ‘생성형 AI 서비스 잠정관리방법’을 통해 생성형 AI의 서비스 요건과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AI+’ 전략을 통해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을 가속하고 있다.


EU는 AI 대륙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유럽고성능 컴퓨팅 공동사업 기반 AI 팩토리 및 AI 기가팩토리 구축을 추진하며 혁신·인프라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AI 패권 판도 경쟁에 독자적 AI 모델을 이제 막 구축하기 시자한 한국이 진입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AI 시장만봐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첨단 AI 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확보, 빠르게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AI Index 2026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간 AI 모델 성능 격차는 지난해 초 크게 좁혀져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며 “두 국가는 AI 모델 성능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라고 했다.


AI 투자액 역시 미국·중국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전세계 기업의 AI 투자액은 5817억 달러로, 전년(2530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민간 AI 투자액은 2859억 달러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124억 달러를 투자하는 중국보다 무려 23배나 많다. 한국은 18억 달러로 12위에 머물렀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실행할 목표로 내세운 GPU 26만장 확보, 한국형 프런티어 모델 도전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원천 기술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G3 진입을 선언하는 것은 말뿐인 목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연구개발 체질 개선보다 외형적 지표 달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산업·지역 AI 격차 과제…반도체 결합한 전략 필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하한 HBM4E 12단 제품.ⓒ뉴시스

AI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 간 양극화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간 정부는 제조·산업 등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AI 대전환(AX)을 집중해왔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이나 서비스업계에서는 인력 부족, 비용 부담, 데이터 인프라 부재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기본적인 디지털 전환(DX)조차 버거워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체감형 성과를 강조하며 AI 융합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결국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람·지역 간 AI격차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전국민 AI 디지털 배움터를 확대하고, 소외계층 교육을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AI 인프라와 전문 인력, 유망 스타트업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AI 도약 2년차를 맞아 그간 추진해 온 정책과 연계해 시너지와 성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AI 분야에서는 독자 AI 모델 기반의 우리 AI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전 국민 AI 교육과 공공·민간 AX에도 적용해 국민 체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고성능·고위험 AI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취약점‧패치 관리일원화 및 긴급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향후 독자 AI 기술기반 보안주권 확보, 제로트러스트 확산 등 AI보안체계로 대전환을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AI G3도약을 위해서는 AI와 반도체를 접목해 경제적인 성과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알고리즘, 데이터센터에 투자해 돌아가고 있는데 두 곳 모두 한국만큼의 반도체는 없다”며 “현재 독자적인 AI 기술만으로 선두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틈새를 노려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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