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O·EBO 제시…5년 간 3조원 투입
임직원 승계 막는 법적 한계 지적도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 간담회’ 에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우리은행
우리은행이 단순 자녀 승계를 넘어 임직원이 기업을 이어받는 '생산적 기업 승계'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중소기업 창업주들의 은퇴와 승계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다.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지 않아 멀쩡한 강소기업이 폐업하는 일을 막고, 국가 경제의 근간인 기술과 일자리를 보존하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본점에서 '생산적 기업 승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생산적 기업 승계란 중소기업의 폐업, 사업중지 등을 방지하고 승계해 고용 안정, 기술력 보존,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업 승계는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향후 10년 이상 책임지고 올바른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기업 승계는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의 텀을 두고 오너 및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지혜를 모아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는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혁신연구실 실장 ▲함병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회계사가 나섰다.
먼저 윤성후 부장은 지난 5월 말 기준 약 740건의 승계 관련 업무협약(MOU)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승계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의 96%는 비외감 중소기업이었으며, 매출 500억원 미만·임직원 50인 미만의 제조업과 도소매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창업주의 연령대는 50~70대가 대부분이었고 업력은 10~30년 사이에 집중됐다.
윤 부장은 "MOU 체결 기업의 78%가 자녀 승계를 희망하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가업상속공제나 증여세 특례 같은 기본적인 세무 제도조차 전혀 모르는 상태"라며 "무엇보다 자녀의 승계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자녀가 승계를 거부한 상황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생산적 기업 승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하는 MBO나 종업원 전체가 참여하는 EBO 등 임직원 승계를 뜻한다.
우리은행은 향후 5년간 매년 100개씩 총 500개 기업의 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약 1만명의 일자리와 10조7000억원 규모의 매출 기반을 보존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간담회에선 한국보다 10~15년 먼저 초고령화에 진입한 일본의 금융회사 선례도 소개됐다.
임재호 실장은 "일본은 2025년 기준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 비율이 50.1%에 달한다"며 "최근 친족 승계는 꾸준히 감소한 반면, 임직원 승계와 M&A를 포함한 친족 외 승계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금융기관들은 이를 새로운 수익원이자 지역 경제 인프라로 재정의했다.
다만 국내 현행법으로는 임직원 승계를 활성화하기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함병훈 변호사는 실제 상속 준비 부재나 친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건실한 중견기업이 회생 절차를 밟거나 지분 전체가 외부에 넘어간 사례 등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가업상속공제나 증여세 과세특례 등 세금 감면 혜택은 오직 자녀 승계만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며 "친족이 아닌 임직원이 주식을 증여받으면 즉시 최대 50%의 높은 증여세율이 적용된다"고 했다.
또 주식을 임직원에게 양도할 경우 소외된 친족 상속인들이 제기할 수 있는 '유류분 반환 청구' 리스크, 신탁회사의 의결권 행사를 15% 한도로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규제 등도 걸림돌로 꼽았다.
함 변호사는 "정부 차원의 세제 개편과 법령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홍승환 회계사는 연간 12조원 규모로 형성된 국내 중소기업 M&A 시장의 동향을 설명하며, 사모펀드(PE)와의 유연한 대안 구조 설계와 이종 산업 간의 매칭 성공 사례를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타 금융기관과의 차별성으로 '실행력'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적 기업 승계의 기반을 다지겠단 목표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과거의 가업승계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법을 알려주는 단순 컨설팅이었다면, 우리은행은 기술보증기금과 국내 최초로 협약해 이미 4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체계를 가동하는 등 앞서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융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향후 5년간 총 3조원 규모의 M&A 펀드 및 인수금융 자본을 관련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정책기관과의 협력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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