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1500m 기록 도전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자칫 강점을 보여 왔던 400m와 200m 성적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0·단국대)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둔 박태환은 가장 큰 목표로 자유형 1500m 개인 최고기록 경신을 잡았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지난 16일 로마 출국 전날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목표는 400m 2연패도 중요하지만 1500m 기록 단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 정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400m에 비해 1500m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집착은 자신 있는 종목인 400m, 200m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박태환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에서 14분55초03을 기록,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와 2008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200m, 400m에서 각각 좋은 성적을 올린 박태환은 1500m에서는 두 대회 모두 예선 탈락했다. 도하에서 기록했던 개인 최고기록(14분55초03) 경신은커녕 15분의 벽도 넘지 못했다.
박태환이 1500m에서 유독 부진했던 것은 400m 훈련에 집중하느라 장거리 훈련이 부족한 탓이 컸다. 또한, 대회 일정상 400m와 200m를 치른 후 체력이 소진되고 긴장도 다소 풀린 상태였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박태환은 올해 두 차례 실시한 미국 전지훈련에서 지구력과 장거리 훈련에 집중했다. 박태환은 지난 5월 열린 미국 자넷에반스대회 1500m에서 14분57초06을 기록, 올해 랭킹 33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주 종목인 400m에서 49위(3분50초27), 200m는 37위(1분47초43)로 부진했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개인 전담팀과 함께했던 미국 전지훈련에서 훈련을 게을리 했고, 태릉선수촌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훈련한다는 등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태환의 1500m 기록 도전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자칫 강점을 보여 왔던 400m와 200m 성적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제 컨디션을 못 찾은 동시에 많은 부담까지 안고 있는 박태환이 이번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1500m 도전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주 종목 400m에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는 형국이다.
한편, 박태환 타도를 외치는 강력한 라이벌 장린(중국)의 기세는 어느 때보다 무섭다.
장린은 지난 4월 열린 중국선수권대회 400m에서 3분42초63을 기록, 올 시즌 랭킹 1위에 올랐다. 3분42초71로 랭킹 2위 기록을 보유한 우사마 멜룰리(튀니지)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200m도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떠오르는 강자 볼 비더만(독일)이 버티고 있어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태환의 최종 목표는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이다. 최종목표를 향한 선택과 집중은 결국 박태환 자신에게 달렸다.[데일리안 = 이광영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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