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고효율 ‘전세대출’ 줄고
중위험·소액 월세 확대…리스크 부담도 늘어
생활금융 영역 확장,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전세의 월세화가 가팔라지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도 축소되는 모습이다.ⓒ연합뉴스
부동산시장의 ‘전세의 월세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그동안 은행권 가계대출의 주요 성장 축이던 전세대출이 흔들리고 있다.
억대 목돈 대출이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월세 대출이 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수익 구조 재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임대차계약 가운데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1년 전보다 6.2%포인트(p) 증가한 70.5%로 집계됐다.
빌라 등 비아파트 월세는 10건 중 8건(79.4%)에 달했고, 아파트 월세 비중은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차단되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따라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고금리 대출 이자, 전세사기 여파 등이 맞물리며 전세에서 보증금 부담이 덜한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공고해졌다.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은행권에선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우량자산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위원회의 올해 3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자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전세대출은 한 달 전 대비 3000억원 줄었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HF)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의 보증을 담보로 실행되기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낮아 자본적정성 관리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반면 소액 월세 대출이나 보증금이 적은 반전세·보증부 월세 등의 대출은 기존 전세대출 대비 규모가 작고 보증 범위가 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신용대출 성격이어서 은행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월세로 임대차시장 분위기가 재편되면 과거 억 단위 대출 수요가 수천만원 이하 소액 대출로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또 통상 임차인이 빌리던 전세대출을 ‘임대보증금 반환대출’ 등 향후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임대인 대출로 채워야 한단 점도 부담이다.
특히 임대인 대출은 부동산 경기 및 임대수익률 등에 민감도가 높아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이 임차인 대출보다 크단 설명이다.
은행들은 대출 잔액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고객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수익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화에 따라 앞으로 월세, 임대료 결제, 임대수익 관리 등 생활금융 영역의 확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기업금융, 비이자이익 비중을 키우는 데 은행권 역량이 집중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던 전세대출 규모는 축소되고 대출 단위가 작은 월세 대출이 많아지면 은행 입장에선 소위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건 부동산 정책과 관련 세금 규제 등이 주효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 흐름에 따라 은행의 수익 모델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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