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한타바이러스 변종 확인…코로나19급 위험 아냐”
환자 3명 하선해 항공 이송…사람 간 전염 가능 변종 확인
6일(현지시간) 카보베르데 프라이아 항구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생물학자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1928~2022)가 1976년 세계 최초로 한탄강 유역에 사는 등줄쥐 폐 조직에서 발견한 ‘한타바이러스’의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이 의심 환자 3명을 배에서 내린 뒤 스페인을 향해 출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대륙 서쪽 섬나라 카보베르데 앞바다에 며칠간 정박했던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는 6일(현지시간) 승객과 승무원 146명을 태우고 스페인 카나리아제도로 출항했다. 한타바이러스 의심 환자 3명은 하선해 구급 항공편으로 네덜란드로 이송됐다.
이들 의심 환자는 네덜란드 국적자(41)와 영국 국적자(56), 독일 국적자(65) 3명이라고 네덜란드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유럽 각국의 전문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때와 달리 ‘매우 밀접한 신체 접촉’이 있지 않는 이상 전염 가능성은 낮다”며 “공중보건 위험이 낮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업체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이 운영하는 MV 혼디우스호는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했다. 23개국에서 온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이 탑승했다. 남극과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제도, 어센션, 트리스탄 다 쿠냐, 세인트 헬레나 섬 등 남대서양의 외딴 섬과 비경들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선실 가격이 1인당 최대 2만 2000유로(약 37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유람선이다.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는 출항 엿새째이던 지난달 6일 네덜란드 남성(70)이 발열·두통·설사 증세를 호소하며 호흡곤란 증상까지 보이다가 닷새 뒤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외딴 항로 특성상 시신은 배 안에 머물렀다. 이후 그의 아내(69)도 비슷한 증상을 보여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긴급 후송됐으나 같은 달 26일 남아공 병원에서 숨졌다. 이 유람선에 탔던 독일 여성도 같은 달 28일부터 폐렴 증상을 겪다가 닷새 뒤인 지난 2일 배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WHO에 따르면 크루스선 내 한타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는 8명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건 3명이다. 사망자는 네덜란드 부부 2명과 독일인 승객까지 모두 3명이다. WHO는 사망한 네덜란드인 부부가 크루즈선 탑승 전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에서 야생동물 탐사 활동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 등 설치류의 배설물·타액 등을 통해 감염된다. 초기 단순 감기나 식중독처럼 발열과 위장장애 증상을 보이지만 며칠 만에 급성 폐렴 및 호흡부전으로 악화된다.
스위스 당국은 크루즈선에서 하선해 지난달 말 귀국한 자국민 1명이 취리히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한타바이러스 중 사람 간 전이가 가능한 '안데스 변종'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WHO 당국자도 카보베르데, 남아공, 스위스에서 각각 채취한 샘플에서 같은 변종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WHO는 그러나 상황이 코로나19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현 단계로선 전반적인 공공 보건 위험이 여전히 낮다”고 밝혔다. 마리아 밴 커코브 WHO 유행병관리국장은 로이터통신에 “객실을 공유하거나 의료 돌봄을 제공하는 경우와 같이 아주 밀접한 신체 접촉"이 있지 않는 이상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카보베르데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인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로 구조대원들을 태운 응급 보트가 접근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한타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과 급성 호흡부전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일상적 대화,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배출되는 비말(침방울)로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한타바이러스는 비말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낮고 초기 증상이 뚜렷해 환자를 식별하고 격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WHO는 설명했다. 이번 감염은 '밀폐된 공간'이라는 크루즈선의 특수한 환경이 작용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크루즈선은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알려지면서 카보베르데 당국이 입항을 불허하는 바람에 해상 고립돼 승객과 승무원들은 한 달째 시신과 함께 배에 갇혀 있었다. 스페인이 인도주의 원칙 등에 따라 카나리아 제도 입항을 허가하면서 의심 환자들을 하선시킨 뒤 이날 출항하게 된 것이다. 스페인 당국에 따르면 남은 승객과 승무원은 모두 한타바이러스 증상이 없으며, 선박은 사흘 뒤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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