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호르무즈 韓 선박 폭발 사고
아직 이란 공격 여부는 확인 안 돼
선원 위험 상황 드러난 것…대책 필요
최후 수단, 선원만이라도 대피시켜야
지난달 1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의해 피격된 태국 선박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AFP/연합뉴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란의 공격을 받은 것이든, 자체 고장에 의한 폭발이든 결과는 같다. 호르무즈 내 우리 선원들의 위험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은 실패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선원 구출을 중심으로 정책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 4일(한국 시간) 호르무즈 해협 내 HMM 선박 ‘NAMU(나무)’호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인지, 내부 기관 고장에 따른 것인지 아직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24명의 선원은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조위원장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외부적인 요인이라면 파공이 있어야 선박 내부에 화재가 발생하는데 파공도 없고 침수도 되지 않았다고 보고 받았다”며 “(나무호) 주변에 있는 다온호 등 다른 선박에 물어보니까 ‘외부에 큰 손상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만 “외부 요인, 강한 충격파가 선체에 전달된 것이지 여부를 확실히 알려면 수면 하부 선체 외관상 변형이 있는지 없는지가 핵심”이라며 아직은 화재 발생 이유를 특정할 순 없다고 했다.
나무호 사고가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든, 내부 기관 고장에 의한 것이든 결과적으론 호르무즈 내 우리 선원들의 신변에 직접적인 위험이 발생한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우려만 하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정부는 2월 28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물밑 외교’, ‘균형 외교’란 이름으로 대응해 왔다.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란과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국가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내 26척의 우리 선박과 160여 명의 선원들 안전을 보장받기 위함이기도 하다.
물밑 외교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은 한 척도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이 ‘프리덤 프로젝트’로 해협 내 선박 탈출을 돕겠다고 선언한 첫날 사고가 터졌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우리 선원 160명이 남아 있다. 제2의 나무호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어떤 수를 쓰던 선원들부터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위험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배를 두고 오는 한이 있더라도 선원들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호르무즈 운항 경험이 있는 항해사 A 씨는 “선장은 물론 선원들이 배를 두고 빠져나온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렇지만 정부로서는 국민 목숨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 선사를 설득하고 압박해서라도 사람부터 빼내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A 씨 말대로 선원들이 스스로 배를 버리고 떠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배들 두고 몸만 빠져나올 경우 선사로부터 책임 추궁을 피하기 힘들다. 나아가 향후 취업에서도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선사를 설득하거나, 최후 수단으로 강제 하선시켜서 일단 선원들 신변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녀가 현재 외항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B 씨는 “배에서 모두가 내리는 건 어렵겠지만, 진짜 최소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항구에서 대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며 “전쟁이 언제 끝날지 종잡을 수 없으니 일단 선원들부터 좀 피신시키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