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분만과 뇌성마비’ 관련 국회 토론회
“분만 중 사고만으로 설명 가능한 사례는 제한적”
“산과적으로 예방 가능한 뇌성마비 1~5% 수준”
정부, 산모 중증장애 포함 국가 보상체계 확대 추진
설현주 고려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 토론회’에서 ‘뇌성마비의 원인과 분만의 기여도 최신 의학적 근거’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신생아 뇌성마비 책임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료진 과실 위주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뇌성마비의 상당수가 산전 요인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단순 책임 공방을 넘어 국가 차원의 상생형 보상체계와 분쟁 조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현주 고려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 토론회’에서 “뇌성마비 발생에 있어 분만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하려면 여러 가설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며 단순한 인과관계 해석에 선을 그었다.
설 교수는 ▲모든 뇌성마비가 신생아허혈성뇌병증 때문인지 ▲모든 신생아허혈성뇌병증이 실제 뇌성마비로 이어지는지 ▲분만 중 발생 가능한 저산소성허혈성뇌병증을 의료진이 사전에 예측·예방할 수 있는지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신생아허혈성뇌병증은 주산기(임신 20주 이후 또는 출산 후 28일까지의 시기) 저산소·허혈로 인해 발생하는 신생아 뇌병증의 한 유형이다.
그는 “전체 뇌성마비의 약 10%, 만삭아 뇌성마비의 약 20% 정도만 분만 중 허혈성 뇌손상과 연관돼 있다”며 “대부분은 원인 미상이고, 최근에는 전체 뇌성마비 환자의 약 30%에서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만 과정에서 활용되는 전자태아심박동 모니터링의 한계도 언급했다. 설 교수는 “태아 상태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어 중요한 검사지만 위양성이 매우 높다”며 “명확한 정상(카테고리1)과 비정상(카테고리3)을 제외하면 약 84%에서 해석이 애매한 카테고리2 소견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확한 뇌성마비 예측에는 한계가 있고, 높은 위양성률은 제왕절개 증가로 이어졌다”며 “뇌성마비는 임신 초기부터 신생아기까지 다양한 시점에서 발생 가능한 비가역적 뇌손상의 결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순민 연세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 토론회’에서 ‘신생아 뇌손상과 장기 예후’ 주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순민 연세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신생아 뇌손상과 장기 예후’ 발표를 통해 “전체 뇌성마비 사례의 70~80%는 산전 요인과 관련돼 있으며, 분만 중 발생한 고립성 저산소 사건으로 설명 가능한 경우는 10~14%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전체 뇌성마비 발생률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산과적으로 예방 가능한 뇌성마비는 전체의 1~5%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산과 태아 뇌손상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으며 산전 마그네슘 황산염·스테로이드 투여, 모니터링 강화 등 예방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조계는 분만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현행 사법 구조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화진 변호사는 ‘분만 관련 뇌성마비 소송의 최근 판례 동향과 쟁점’ 발표에서 “태아심박동 이상 여부, 분만 지연, 제왕절개 결정 시점 등이 주요 쟁점이 되며 의료진 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면서도 “유전자 이상인지, 분만 과정 중 손상인지 명확히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아 상태는 모체를 통한 간접 징후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만큼, 과실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데는 의학적·사법적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가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손질에 나서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관련 고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불가항력 보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과실 여부와 무관한 전면 보상은 자기책임 원칙과 충돌할 수 있어 분만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외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정부 내부적으로 관련 대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재정당국의 소극적 기조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보상 기준은 중증 뇌성마비 최대 3억원, 경증 뇌성마비 1억5000만원, 산모 사망 1억원, 신생아 사망 3000만원, 태아 사망 20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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