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군입대, 불안하겠지만 믿어달라"…러비티 향한 진실된 약속 전해
데뷔곡 '브레이크 올 더 룰스'(Break all the Rules)부터 신곡 '어웨이크'(AWAKE)에 이르기까지, 그룹 크래비티(CRAVITY)는 다크함과 청량함, 파워풀함과 아련함을 넘나들며 쉼 없이 변주해왔다. 때로는 급격한 콘셉트 변화 속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이들을 지탱한 것은 퍼포먼스에 대한 집념과 서로를 향한 팀워크였다. 7년차에 접어든 크래비티는 이제 결과보다 과정을, 완벽함보다 성장을 이야기할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됐다.
크래비티 ⓒ스타쉽
지난 29일 발매한 미니 8집 '리디파인'(ReDeFINE)은 그들이 지나온 굴곡진 시간들에 대한 해답과도 같다. 멤버들은 이번 활동을 준비하며 그 어느 때보다 자신들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두려움과 희망을 음악에 녹여냈다. 예전 앨범들에서 무언가를 쟁취하고 사회초년생이 겪을만한 두려움과 그 자체의 청춘, 서로가 함께할 때의 걸작 등을 표현했다면 이번 앨범은 크래비티의 과정 그 자체를 얘기한다.
"흔들리는 마음이 있어도 나아가는 순간들을 담았어요. 중간에 코로나도 겪었고, '로드 투 킹덤'이라는 서바이벌에 나가서 꼴찌도 하면서(웃음) 서사를 쌓아왔잖아요. 무너지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있었기에, 러비티(앨범명)가 있었기에 무너지지 않고 나아간다는 지금까지의 6년을 담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형준)
"이제 와서 저희 팀을 재정의한다는 의미보다는 과정에 있어서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반복되잖아요. 그런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요. 작년에 저희 팀이 리브랜딩을 했는데 이후에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불완전하고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성민)
뮤직비디오를 통해 표현된 완전함과 불완전함의 대비는 실제 크래비티가 겪어온 성장통과 맞닿아 있어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사제와 사제를 준비하는 신학생 역할로 각각 완전한 존재와 불완전한 존재를 연출했고,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담은 콘셉트를 위해 멤버들은 각자의 두려움을 몸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에 멤버들에게 각자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어요. 그 두려움을 생각하면서 몸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두려운 존재가 와도 쓰러지고 아파하는 모습들을 연기했죠. 또 우로보로스라는 테마가 나오는데, 뱀과 기차로 표현했거든요. 처음과 끝의 장면이 같아요. 끝이 곧 시작이라는 걸 담으려고 했어요"(형준)
벌레가 무섭다는 성민, 두려움을 느끼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우빈 등 다양한 답변이 이어진 가운데, 세림은 "두려운 게 크게 없는 편"이라며 "회사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다이어트라고 적었다"고 웃었다. 그는 "문제를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두렵다고 계속 생각하면 더 두려워지는 것이라, 두렵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게 두려운 건가 싶다"고 신선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크래비티 정모 ⓒ스타쉽
콘셉트 이해를 위해 각자 참고한 레퍼런스도 있었다. "원래 이런 콘셉트를 좋아하는데요. '페이트 제로'라고... 관련 만화도 봤거든요. 이런 촬영 전에 깊게 생각하고 싶었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도 몰입한 것 같아요"(정모)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 천주교 손 제스처나 묵주기도하는 법 같은 레퍼런스를 참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뮤직비디오에서 더 정확하게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공부했는데 흥미로웠어요"(앨런)
재계약과 군백기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크래비티는 데뷔 7년 차를 앞두고 있고, 멤버가 아홉 명인 만큼 향후 완전체 활동에 대한 팬들의 걱정도 커질 수밖에 없다. 멤버들끼리 재계약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컴백을 먼저 마무리한 뒤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설명이다.
"재계약 부분은 저희끼리도 한번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컴백을 우선으로 앞두고 있다 보니까 재계약과 컴백을 함께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컴백을 잘 마무리하고 각자 생각을 정리해서 다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했습니다. 아직 깊게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이번 컴백을 마치고 그런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부터 '오래 보자'고 해왔던 말이 대충 가볍게 한 말은 아니거든요. 팀을 사랑하고 러비티(팬덤명)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에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회 없이 활동하고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안할 수 있겠지만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형준)
현실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멤버가 많기 때문에 한 명씩 군 복무를 하게 되면 완전체를 다시 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공백기를 어떻게 줄일지,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천천히 생각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키워드인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 우로보로스가 가진 '영원'의 의미를 팬들도 함께 떠올리며 활동을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팀의 강점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긴 해요. 그런데 저희 팀의 강점은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먼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에 집중하고, 하루하루 저희끼리 더 뭉치는 게 장점이죠. 재계약이나 군대 이슈가 있음에도 컴백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서로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기다려주고 사랑을 보내주시는 러비티가 있기 때문이에요"(원진)
크래비티의 팀워크는 데뷔 초부터 이어온 '가족회의'에서 만들어졌다. 세림은 "무슨 일이 있거나 없어도 데뷔 초에는 2주에 한 번씩 퇴근 후 거실에 앉아 이야기했다. 건의사항이 있으면 다 말하고 풀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은 서로가 배려할 부분과 이해할 부분을 잘 알게 됐다는 것이다.
"가족회의가 아니더라도 다 같이 모여 노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도 두세 명이서 영화 보고 오면 다른 멤버들이 '왜 나한테 얘기 안 해줬냐'고 삐질 정도예요. 아직까지도 서로 같이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해요. 6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원진)
크래비티 형준 ⓒ스타쉽
팬이 아닌 타 팬덤이나 대중들에게는 '비티파크'와 같은 자체 콘텐츠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크래비티다. 특히 가족 브이로그로 사랑을 받은 형준은 누나가 자신을 견제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일화를 공개했다. "휴가 받고 본가에 내려오면 엄마도 그렇고 '브이로그 찍어? 뭐 찍을까'라고 얘기해주는 편이에요. 누나는 유튜브 올라가는 걸 보면 '나도 유튜브 하고 싶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안된다고 했어요. 응원은 하는데 보기 싫을 것 같네요(웃음)"
웃긴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개그비티'라는 수식어도 얻게 됐다. 물론 재밌는 모습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본업으로 화제성을 얻고 싶은 마음 역시 크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저희 본업이 아이돌이니까요. 본업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비티파크' 보러 찾아오는 김에 저희 '씨플러스'(C-PLUS)라고 노래 커버하는 콘텐츠도 있고 연습 영상도 있으니까 많이 찾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원진)
어느덧 7년차가 된 크래비티다. 연차가 차면서 멤버들은 부담감은 없지만 조급해지는 마음은 있다고 진실된 심정을 내비쳤다.
"사실 스타쉽이 이번에 키키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아티스트들이 잘되다 보니까 크래비티도 잘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긴해요. 아직 멀었지만 회사가 이전할 계획인데 이사갈 사옥을 업그레이드 할 때 그 회사의 1층을 저희가 세워볼게요(웃음)"(태영)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하죠. 열심히 하는대로 결과가 잘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저희가 열심히 했으면 그걸로 된 것 같아요. 팬분들한테 좋은 추억을 줬다는 것 자체를 더 중요시하게 됐죠"(성민)
다크, 청량, 파워, 아련 등 다양한 콘셉트를 넘나든 크래비티다. 콘셉트의 범위가 확확 바뀌면서 중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뭔지 묻자 멤버들은 퍼포먼스와 '팬사랑'을 꼽았다.
"초반에는 어두운 콘셉트로 가다가 코로나 이후에는 밝은 콘셉트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두 귀로만 듣는 음악이 아닌 무대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성민)
"조금 다른 관점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팬사랑인 것 같아요. 공식 팬카페나 버블 등을 통해 러비티에게 사진도 보내고 소통을 많이 하는데요. 사랑을 표현하는 건 끊임 없이 하고 있거든요"(세림)
팬들 애기가 나오니 인터뷰 현장에선 팬사랑으로 유명한 크래비티의 일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다만 멤버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이것이 화제가 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버블은 유료다', '원래 다 힘들게 산다'는 등의 '명언'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크래비티는 뿌듯한 마음보다 얼떨떨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세림은 "이슈가 될 정도인가 싶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러비티에 대한 진심을 팀에 대한 사랑과 같다"고 전했다.
멤버들은 답변을 하며 점차 확신을 가진 듯, 4~5월 치열한 컴백 대전 속 자신들의 강점을 팬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진심으로 꼽았다.
"코로나 시절을 겪은 그룹이다보니 관객이 없는 무대에 서왔거든요. 그래서 그 무대의 소중함을 아는 게 저희의 강점이 될 것 같아요. 그 때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그 강점을 보여주려고요. 퍼포먼스와 그룹의 무드를 알릴 수 있는 무대를 하겠습니다"(태영)
"6년 동안 활동하면서 느꼈던 감정, 그 안에서 두려워했던 것들, '이게 우리구나' 하며 느꼈던 우리만의 모습과 개개인의 나다움을 찾아왔어요. 그런 부분을 이번 앨범에 녹여내려고 많이 신경 썼기 때문에 충분히 차별화된 부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무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몰입이에요. 이 메시지를 얼마나 몰입해서 전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할게요"(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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