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빚 못 갚는다…5대 은행, 건전성 결국 '비상등'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5.04 07:04  수정 2026.05.04 07:04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악화

부실대출 커버리지 비율도 하락

중동 리스크에 금리 불확실성 커

서울 시내의 한 대출 창구에 한 시민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시장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늘려온 기업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연체율 상승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연체율은 0.3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5%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성장의 돌파구로 삼았던 기업대출에서 부실 징후가 역력하다.


이들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1분기 기준 평균 0.42%로, 1년 전과 비교해 0.03%p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로 분류되던 대기업의 연체율 상승폭이 가팔랐다.


대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0.09%에서 올 1분기 0.12%로 뛰었다.


중소기업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0.51%에서 0.53%로 상승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이중고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체율뿐만 아니라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나빠졌다.


이들 은행의 1분기 말 평균 NPL 비율은 0.37%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NPL 비율은 전체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원리금 회수가 불확실한 부실 채권의 비중을 뜻한다.


문제는 부실 채권에 대비하는 여력을 의미하는 NPL 커버리지 비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수치다.


해당 비율이 낮아졌다는 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은행의 흡수 능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신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 중 담보 비중이 높은 자산이 포함되면서, 규정상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제한된 측면이 있다"며 "상반기 중 적극적인 상·매각을 통해 부실 채권 정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건전성이 악화된 것은 대내외적 변수로 인해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물가 상승세와 중동 전쟁 여파로 인한 유가 및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다.


매출 감소와 비용 상승을 동시에 겪는 중소기업은 물론,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한 대기업까지 현금 흐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시장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 역시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까지는 보수적인 대출 운용과 함께 세밀한 모니터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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